[5분 에세이] 어린이 같아야 갈 수 있다는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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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린이 운동 발상지, 이삼일이 멀다 하고 자주 들르는 곳인데 오늘은 감회가 새로워 발길을 멈추고 한동안 묵념을 올리는 기분으로 서 있다. 종로구 삼일대로의 천도교 중앙교당 앞이다. 여기서 20세기 초에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운동을 벌인 연유로 서 있는 기념비다.

1899년 종로구 당주동에서 태어나 1931년 서른을 갓 넘긴 아까운 나이로 요절한 소파 선생은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아동문학가로서 활동하면서 천도교의 소년회, 청년회 활동을 통해 어린이 인권운동을 확산시켰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는 이념으로 어린이 벌인 인권운동은 이놈, 저놈으로 불리는 어린이들을 어린 사람이라는 순수 우리말로 호칭을 만들어 줌으로써 시작된다. 색동회를 만들고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고 운동을 벌여나갔다. 선생의 사후 1946년에 5월 5일로 변경하여 오늘까지 지켜오고 있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목청껏 부르던 어린이날 노래가 내 것이 아니게 된 지 어언 70년이 넘었나 보다. 그 시절 열심히 다니던 교동초등학교가 바로 길 건너에서 부른다. 어머니 아버지 손을 잡고 학교 탐방을 미리 왔던 겨울날의 두툼한 스웨터가 등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그때 그분들보다 내가 훨씬 더 살고 있어 늙은이가 되었구나. 그런데 어린이는 살갑고 좋은 말로 들리는데 늙은이라고 하면 어째서 눈살부터 찌푸리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똑같은 순수 우리말인데 말이다. 한자어를 높은 말로 생각하는 잠재의식도 이제는 좀 고쳐지면 좋으련만 그것은 고사하고 요즘은 아예 외래어투성이의 새 낱말들과 신조어들로 한글이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다. 

어린아이 하나를 가운데 세우시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어린아이 같아야 천국에 들어올 수 있느니라고. 이어서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마 18; 5)라고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에 이르지 못하면 천국은 꿈도 꾸지 말라는 비유의 가르치심을 기억이나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약한 어린이를 보호하고 아끼는 사랑의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첩경이 아니겠는가? 주님 가르치심은 쉽고도 어렵다. 마음을 낮추고 비워보자, 그리고 매사를 사랑하자.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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