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통한 삶과 믿음 이야기]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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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는 늘 동경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다복한 가정이 있다. 그 가정을 어느 때인가는 꼭 글로 소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막상 글을 써 그 가정을 소개하려 하니 사전 양해를 얻지 못해 주저하는 마음이 앞선다. ‘어떻게 하면 좋지’하는 생각에 잠기다가 그냥 쓰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 글이 발표된 후에 찾아가 가벼운 마음으로 사죄하기로 했다. 그러면 그 장로님은 빙그레 웃으며 “나의 삶도 글감이 되나요? 글을 쓰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할 것만 같다. 

그분은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앞에 놓였다 할지라도 자기의 마음을 정돈한 다음에야 무겁게 입을 여시는 분이라서 좀 어려운 면도 있기는 하지만 매사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지셨다. 이같이 성품이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삶의 자세만은 불덩이같이 뜨거웠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비할까, 아니면 무쇠라도 녹이는 용광로에 비할까. 어쨌든 그분은 삶에 어떠한 어려움이 부딪쳐도 어려움이 녹지 아니한 일이 없다. 마치 7월의 태양처럼 작열한다고나 할까. 모든 곡식을 여물게 하고 일체의 과일을 성숙하게 하며 단맛을 내게 하는 그러한 불덩이 같은 삶을 사셨다. 이같이 뜨거운 삶이기에 어느 누구도 감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오직 생명력이 약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분은 50여 년 전 결혼해 한 가정을 이루었다. 당시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전주 시내 모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풀빵을 구워 파는 일에서부터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한 달에 1천 원의 사글셋방에서 생활했다고 하니 얼마나 험상궂은 집인가를 쉬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분의 생활은 마냥 의욕적이었다.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긍정적 삶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면 때로는 밤하늘의 별빛이 보이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전전날부터 지붕 단속을 철저히 했는데도 비가 새어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한 번도 좌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직 하나님을 의지한 믿음의 삶이기에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건강을 주셨기에 밝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고 굳건한 믿음으로 계획을 세워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라면을 끓이고 풀빵을 구워 파는 일도 기뻤고 감사할 뿐이었다. 이렇게 벌어들인 하루하루 수입을 정확히 계산해 십일조를 떼어 하나님께 바치는 일 역시 생명처럼 소중히 여겼다. 아무리 수입이 적을지라도 기도로 돌파해가면서 생활하는 나날의 모습을 지켜보시는 하나님께서 어느 때인가 나에게도 기적을 일으키실 것이라 확신에 찬 나날이었다고 한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말 3:10)   

십일조는 믿음의 고백이다. 자원하는 마음, 기쁨의 마음, 감사의 마음으로 바치는 하나님 백성의 세금이다. 이런 의식으로 생활해 가는 그분의 삶이 어찌 기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방인들이 그의 삶을 보고 복 받을 삶이라고 할지언정 미련한 삶이라고 하겠는가. <계속> 

하재준 장로

 중동교회 은퇴 

 수필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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