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정말 살아 계신다
대한배구협회에 근무하는 동안 집도 생기고 차도 생겼다. 그렇게 소원하던 외국 출장까지 다니며 부족함 없이 지내다 보니 세상이 너무 좋아졌다. 협회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노래방에서의 즐거움…. 모르고 지내던 세상의 재미들을 알게 되니 그 속에 푹 빠져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차츰 하나님을 멀리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매가 무서워서 주일마다 교회는 나갔다. 하지만 예배만 겨우 드리고 그나마도 졸기 일쑤였다. 마음은 이미 세상으로 돌아서 버렸는데도 하나님과의 약속은 지워지지 않았다. 세상과 어울려 노는 것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약속 때문에 두렵고 무서웠다.
그 당시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눌려 있었다. 그런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교회를 등한시했다. 하나님께 드렸던 서원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하면 정말 신학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고, 그러면 내가 이루어 놓은 모든 안락함과 풍요로운 삶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 가난해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그렇게 변명을 하면서 나는 점점 더 세상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니, 의도적으로 세상에 마음을 주었다.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다가 결국 세상에서 방황하는 나를 살리시기 위해 매를 드셨다.
영적으로 피폐해져 있을 무렵, 가족들과 친구가 사는 부산으로 휴가를 가게 되었다. 군대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믿음도 신실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건설 회사를 운영하면서 은혜를 많이 받은 친구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그 친구의 믿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자갈치 시장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계획을 세웠다.
“가족들을 숙소에 데려다 준 다음 쇼를 보러 가자.”
타락한 두 사람이 세운 계획이었다. 저녁을 먹고 8시쯤 제2해안도로를 따라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렸다. 친구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내가 앉고, 가족들은 뒤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꼭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자갈치 시장을 벗어나서 5분 정도 달렸는데 갑자기 눈앞에 강한 불빛이 비치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반대편 차가 중앙선을 넘어온 것이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순간 그 차가 우리를 덮쳤다. 어린아이를 친 사고 이후 13년 만에 일어난 교통사고. 차 지붕이 다 찌그러질 정도로 큰 사고였다.
매고 있던 안전벨트가 가슴을 압박했는데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의식할 필요도 없던 호흡인데 아무리 숨을 들이마시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 보니 구급차와 경찰차가 와서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나는 아들 권욱이를 찾았다. “권욱아, 괜찮니?”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