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새로운 시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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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공동체를 생각하며 개인의 영달을 마다하고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추모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옷깃을 여민다. 올 6월에는 특별히 이 나라를 지키고 이끌어간 민족의 지도자들을 기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작년 12월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치적 혼란과 극심한 국론분열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유례없는 정치적 불안과 위기감에 휩싸인 시간을 보냈다. 지난 6월 3일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른 후에도 아직 국론분열의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격변과 혼란을 겪어왔지만 아마도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정치적 혼란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해방 이후 참으로 많은 정치적 위기를 경험해 왔다. 해방 직후의 격렬한 좌우 대립과 건국, 4.19 혁명과 이승만 대통령 하야,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와 10.26 저격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민주화 시위와 같은 격변을 통해서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과거에는 정치적 혼란을 겪을 때조차도 역사의 올바른 방향에 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세대가 극단적으로 갈라져 본 적이 없다. 나름 객관적이라고 믿는 필자도 지금은 상대편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고 느낀다. 필자의 반대편도 똑같은 심정일 것으로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한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30명이나 되는 공직자를 줄줄이 탄핵하는 일도 이해할 수 없지만 비상계엄이라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한 대통령도 더 이해할 수가 없다. 또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와 대법원을 겁박하고 무력화시키는 정치인도 이해가 불가능하다. 국민의 명령이라는 명분으로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는 행동은 더구나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이 무색할 뿐이다. 

물론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의 판결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판단할 때 그 판결을 불신할 수도 있다. 정치가 법적, 도덕적 판단보다 우위에 서는 혁명적 상황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치적 격변기에는 가치관의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시기별로 역사적인 소명이 있었다. 해방 후 건국 시기에는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시대적인 과제였고, 박정희 대통령 때는 경제 발전과 산업화가, 1987년 이후에는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이룩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경제 규모와 문화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지금의 시대적 소명은 무엇일까? 성장과 복지, 자유와 평등의 새로운 균형을 찾아내어 그동안 소외되고 고통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새로운 시대적 소명이 아닐까 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 우리는 먼저 극심한 정치적인 혼란과 진통을 겪고 있지만, 정책이나 제도의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풍요에 걸맞은 직업의식과 청지기 정신과 같은 새로운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 시대만큼 우리 기독교인의 역할과 역사적 소명의식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때는 없다고 생각된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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