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신행전가(信行傳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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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미 제24사단장으로 참전한 제임스 딘(J. Dynn) 소장의 실패담은 매우 드라마틱합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로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적진 후방에서 무려 30여 일을 버티며 대구로 향해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 결정적 이유는 무주 적상면 방리에서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쪽으로만 향했어도 경북 지역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북쪽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결국 1950년 8월 24일 대전 근교에서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장군에서 무등병으로 강등되고 예편되는, 군 지휘관으로서는 가장 큰 치욕을 겪어야 했습니다. 잘못된 길 선택 하나가 그의 인생 전체를 바꾼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도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육로, 해로, 산길, 오솔길, 사람들이 걷는 인도와 차량이 지나는 차도, 기차의 선로와 비행기의 항로까지 길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길은 하나님께서 생사화복 속에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 가정에게도 특별한 섭리로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저희 가정은 전남 고흥 반도 포두 지역에서 오래 뿌리내린 유교적 전통의 연안 명씨 집안으로, 장손 가문으로서 가문의 명예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집안이었습니다. 증조부께서는 아버지에게 법대를 나와 판사가 되기를 강력히 요구하셨고, 아버지는 실제로 법대를 졸업하셨습니다. 그러나 고등고시에 낙방해 교사로 일하시던 중, 포두면 길두교회 박석순 목사님의 권면을 받고 교직을 내려놓고 신학교에 가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이 결정으로 집안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고, 증조부께서는 호적에서 파내라는 엄명을 내릴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홀로 서울로 올라가 고학으로 신학교를 다니는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바로 우리 가문을 살리는 생명의 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 사람의 결단을 통해 복음이 불모지 같던 가정에 들어왔고, 저희 가족은 사망의 길에서 생명과 구원의 길로 옮겨지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우리 집안이 ‘信行傳家’, ‘富貴玉堂’의 복을 누리는 믿음의 가문으로 변화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입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세상의 안정과 가문의 기대에 머물러 유교 전통만을 지키셨다면, 우리 가정 가운데 누가 복음을 전해 주었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입니다. 아버지의 신앙은 다음세대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장남과 장녀 가정은 목회자 가정이 되었고, 다른 형제들은 안수집사와 권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제 아내 역시 성도들의 인정을 받아 권사로 헌신하고 있으며, 딸은 교회 반주자로 봉사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공무원으로서 직장선교회에서 신우회 사역을 돕고 있습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가정 전체를 덮었습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 아버지의 이러한 믿음의 발자취를 교우들에게 나누었을 때 많은 은혜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광주노회 제10회 노회장과 공로목사, 원로목사로 섬기셨고, 은퇴 후에도 매 주일 앞자리에 앉아 누구보다 신앙의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19일, 97세의 긴 생애를 마치시고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국가유공자 묘역인 호국원에 안장되셨습니다. 한 사람의 믿음의 선택이 한 가문의 역사를 바꾸고, 다음세대를 복음의 길로 인도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

신실하신 하나님, 능력의 하나님, 축복의 하나님을 믿고 섬김으로 信行傳家하고 富貴玉堂하는 축복의 가문이 다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명대준 목사

<광주 대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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