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발언대] 장로들의 생활 신앙 – 의자를 고치던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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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님들께 좋은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이 하나둘 예배당을 나설 무렵, 한 장로님이 앞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계셨습니다. 예배 중 삐걱거리던 의자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정장을 입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의자 다리를 만지고 계셨습니다. “장로님, 그건 관리 집사님께 말씀드리면 되지 않나요?” 지나가던 성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장로님은 웃으며 “금방 고칠 수 있는 건데요. 예배 중에 또 소리 나면 불편하실까 봐요”라고 답했습니다. 그 장로님은 그날 회의에서 발언한 적도 없었고, 눈에 띄는 직무를 맡고 있던 분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교회를 오래 다닌 성도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교회에 가장 먼저 나오고, 가장 늦게까지 남는 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자리를 살피는 분이 바로 그 장로님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면 늘 맨 마지막 불을 끄는 장로님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예배당 맨 뒤에 남아 울고 있던 한 청년을 발견한 장로님은 그 옆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특별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습니다. 그저 옆에 앉아 함께 기도해 주었을 뿐입니다. 그 청년은 훗날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그날 이후 교회를 떠날 수 없었어요. 말 한마디 없었지만, 하나님이 함께 계신 느낌이 들었거든요.”

장로의 생활 신앙은 이런 순간에 드러납니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그저 곁에 머무는 신앙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막 10:45). 장로의 생활 신앙은 이 말씀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입니다. 의자 하나를 고치고, 불 하나를 끄고, 이름 하나를 기억하는 일 속에 복음은 살아 움직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신뢰를 잃었다고 말할 때, 우리는 제도와 구조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회복의 시작은 언제나 사람의 삶이었습니다. 말보다 먼저 행동하는 어른, 직분보다 먼저 섬김을 선택하는 장로의 모습이 교회를 다시 교회 되게 합니다. 장로의 직분은 언젠가 내려놓게 되지만, 생활 신앙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습니다. “그 장로님은 늘 그러셨어”라는 한마디 속에, 교회와 하나님에 대한 인상이 함께 담깁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음세대에게 전해지는 가장 강력한 신앙 교육이 됩니다.

오늘도 누군가 모르게 의자를 고치고, 불을 끄고, 기도 자리를 지키는 장로님들이 계시기에 교회는 여전히 따뜻합니다. 장로의 생활 신앙은 드러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들 가운데 분명히 열매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항섭 장로

<남원노회 장로회장, 서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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