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자가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다가 이상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집 울타리 말뚝에 등을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거지였는데 자기 몸에 옴이 올라서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 긁어 줄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부자는 그를 자기 집 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몇 달 동안 목욕을 하지 못했습니다. 속옷도 빨아 입지 못하고 갈아입을 옷도 없습니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부자는 그 사람의 딱한 형편을 듣고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우선 포도주와 고기로 잘 먹이고 속옷도 주고 목욕탕에 갈 돈도 넉넉하게 주었습니다.
얼마 후 이 소문은 온 동네에 쫙 퍼졌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났을 때 거지 두 명이 역시 부잣 집 울타리 말뚝에 서로 몸을 문지르고 있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부자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서 내 집 앞에서 꺼지지 않느냐? 더러운 몸을 왜 하필이면 내 집 울타리 말뚝에 문지르는거야?” 그러자 거지들이 말했습니다. “왜 당신은 인간차별을 합니까? 지난번 거지는 도와주고 왜 우리에게는 쌀쌀하고 매정하게 구십니까?” 그러자 부자가 말했습니다.
“옴 병이 오른 사람은 내가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너희들은 거짓으로 나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구걸을 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설사 옴 병이 올랐다고 해도 그 거지는 혼자여서 누가 긁어줄 사람이 없었지만 너희들은 둘이지 않느냐? 서로 긁어주며 위로하면 되는 것을 소문을 듣고 나를 찾아와 거짓으로 구걸을 하니 나는 너희들을 도와 줄 마음이 없다. 어서 이곳에서 사라지거라” 하며 호통을 친 후 아예 창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김철수 장로
<작가 • 함평은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