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오늘의 상황에 대한 우리들의 자조(自嘲)가 있다. 목사는 많은데 목자가 적다는 것이다. 목사는 많지만 하나님이 맡기신 양떼를 위하여, 자신을 헌신하는 참된 목자가 적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는 말이다. 한국교회의 1세대 선배 목사들은 비록 학문과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어도 ‘목사는 하나님의 영광과 교인과 교회를 위하여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기본 마음가짐과 사명에 충실했었다. 그래서 목사라면 당연히 가난할 줄로 알았고, 하루 세 끼 못 먹어도 목양 사명에 인생을 걸었다.
오늘의 목사들은 보편적으로 선배들에 비해 많은 공부를 했다. 목회학 석사(M.Div)는 목사들의 기본 학위이고, 나름 지식이 많고, 스펙도 좋다. 그러나 나에게 맡겨 주신 양무리 즉 하나님의 백성인 양떼를 섬기려는 마음가짐이 부족하다 못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선배들이 굶으며, 과로하며, 피로 이룬 목양의 현장을 박토(薄土)로 만들고, 양무리가 갈 곳이 없게 했다. 성경 요한복음 10장과 에스겔서 34장을 장명(章名)으로 목자장(牧者章)이라 부른다. 하나님의 백성들인 양떼를 돌보는 목자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0장은 목자를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절도와 강도 같이 교인들을 수탈하고 자신의 이권을 챙기는 목자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문을 통하여 양의 우리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다른 데로 넘어가는 자는 절도며 강도요.”(요 10:1) 목자의 정도를 벗어나 교인들 위에 군림하고 수탈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목사들이 이 부류에 속할 것이다.
둘째는 삯꾼 목자이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물어 가고 또 헤치느니라.”(요 10:12) 한국교회가 수적 부흥이 되고, 대형교회들이 늘어나면서 목사에 대한 대우가 좋아졌다. 그리고 직업으로써 목사직을 택하는 목사들이 많이 생겨났다. 목사직(職)이 괜찮은 직업이 되면서 삯꾼 목사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이 되었다.
셋째는 양들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참 목자이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요 10:11) 예수님께서는 고난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버리는 참 목자의 본을 보이셨다. 내가 따르고 흠모할 모본이시다.
에스겔서 34장 2~3절 말씀이다. “인자야 너는 이스라엘 목자들에게 예언하라. 그들 곧 목자들에게 예언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자기만 먹는 이스라엘 목자들은 화 있을진저 목자들이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너희가 살진 양을 잡아 그 기름을 먹으며 그 털을 입되 양 떼는 먹이지 아니하는도다.”
이어 4절 말씀은 목자 같지 않은 목자에 대하여 5가지로 정의한다. “너희가 ①그 연약한 자를 강하게 아니하며 ②병든 자를 고치지 아니하며 ③상한 자를 싸매 주지 아니하며 ④쫓기는 자를 돌아오게 하지 아니하며 ⑤잃어버린 자를 찾지 아니하고…” 이렇듯이 목자다운 목자가 없기에 양떼가 흩어지고 흩어져 들짐승의 밥이 되고 있다고 탄식한다.(겔 34:5.6)
이 두려운 때에 나 같이 참 목자 상(像)에서 어그러진 목사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무서운 말씀이다. 양떼의 아픈 사정은 외면한 채로 명예 키우기, 자신의 자리 지키기, 체면 세우기, 자존심 살리기, 여유로운 경제생활 즐기기, 이데올로기에 착념하는 등등에 급급한 목사들은 화(禍)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자장(牧者長) 되시는 주님의 심판이 눈앞에 있음이다.
이어서 여호와 하나님께서 목자들에게 선포하신다. “그러므로 목자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들을지어다.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라. 내 양 떼가 노략 거리가 되고, 모든 들짐승의 밥이 된 것은 목자가 없기 때문이라. 내 목자들이 내 양을 찾지 아니하고 자기만 먹이고 내 양 떼를 먹이지 아니하였도다.”(겔 34:7,8)
“자기만 먹이고 내 양 떼를 먹이지 아니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목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바라시는 예수님을 닮은 목자가 없음을 탄식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엉터리 목사, 거짓 목사들 손에서 당신의 양떼를 건져내어 그들의 먹이가 되지 못하게 하신다는 말씀을 믿는다.
두렵고 대책 없어 보이는 오늘의 한국교회를 만든 목사들, 나 같은 목사가 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마음과 몸을 찢어야 할 때인데…, 두렵다.
황인찬 목사
<의왕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