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길] “집사 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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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독일에서 이민교회 목회를 했을 때, 교회 직분을 한국교회의 방식으로 했습니다. 안수집사, 서리집사, 권찰 이런 식으로 직제를 두었습니다. 이민교회는 교민들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두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분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철저하게 직분을 주었습니다. 십일조와 헌금 생활, 주일을 포함하는 공식예배 성수, 가정과 사회의 모범이 되는 생활 등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심사하여 서리집사 직분을 항존직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오랫동안 교회에서 봉사하며 권찰로 섬기는 성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리집사가 되지 못하자 시험이 들었습니다. 어느날 그 권찰은 남편과 함께 필자를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대화의 핵심은 부부가 우리 교회를 떠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이유는 자신들이 바로 옆 교회에서 직분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옆 교회는 자신들에게 청년부 사역과 찬양 인도를 맡기고 집사 직분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그분들에게 “그렇다면 그 교회로 가세요”라고 막상 큰 소리 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염려가 들었습니다. 남편 집사의 친척이 우리 교회 안수집사님일 뿐 아니라 교회를 창립한 분이기도 하였고, 해외 이민교회 성도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형편이라 마음에 염려가 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부부의 친척인 안수집사 내외분이 필자에게 찾아와서 한 말이었습니다. “목사님, 목회 원칙에 의하여 결정해 주세요. 그렇게 해서라도 조카 부부가 정신 차려야 합니다.” 그 말이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지금도 그분들의 인격에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그 후 그 가정은 필자를 다시 찾아와 자기들의 생각이 많이 미흡하였다면서 직분과 관계없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좋은 일꾼이 되길 웃으며 권면했지만, 필자의 마음에는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들은 유학을 마친 후 독일에서 아주 좋은 신앙인으로 교회에 덕을 끼치는 부부로 살고 있습니다.

연말 혹은 연초가 되면 교회마다 직분을 세웁니다. 직분은 세상의 어떠한 명예나 개인적인 권력을 제공하거나 부여하지 않습니다. 교회 직분은 계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분 자체를 권위나 권력으로 여기고 명예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은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 같습니다. 직분자를 세울 때면 이민교회 목회 시절 성도들에게 정확하게 직분자의 의무를 알려주던 때를 회상하게 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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