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목련의 하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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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모서리

뜨락에 말없이 핀

목련을 보며 깊숙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몸을 휘감은

어떤 치장이라곤 찾을 수 없어도

화장끼 하나 없는

맑고 밝은 하얀 모습이

속으론 깊은 생각을 담아내는

사랑이 그리움을 곱씌운다.

기나긴 나날을

견디며 기다려 온 날들을

다지고 다지며

봄시샘 추위 너머로

이파리도 피어나기 전에

꽃망울을 먼저 웃게 만드는

이런 애인은

만나기도 어렵지만

사랑으로 엮이긴 더욱 어려워

목련화 그리움은 

오늘따라 다 사랑스러워라.

화사한 햇볕을 받으며

그리움을 안겨다 주는

망울을 톡 터지게 입을 벌려

사랑의 고백을 보인다.

그러다가 어느 땐

입술 굳게 깨물고

모양새 안보이며 웃는 새색시 입술처럼

저마다 목련을 그리는 이에게

촉촉히 적셔주는

정녕, 그 새색시가 주는

보조개를 만들며 웃는 웃음이어라.

이파리가 꽃을 닮아

어디론가 숨어버린

수줍다 영글어 놓은 꽃망울 사랑이

허세같은 꾸밈은 숨겨 없애고

진실을 담아낸 목련이어라.

또 하루가

목련과 함께 저물어 간다.

<시작(詩作) 노트>

나는 꽃중에 목련화를 좋아한다. 요란스런 치장이 없어 수수하고 하얗고 깨끗함이 그 매력으로 와닿는다. 목련은 이파리가 나오기 전에 꽃망울을 먼저 피워낸다. 얼마전에는 목련을 그리며 수필 작품으로 “나의 사랑 목련화야”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천교회 시무할 때 교회 사택 마당 한구석에 목련을 심었더니 화사하게 피는 목련꽃을 보며 부활절을 더욱 실감있게 맞곤 했었다. 또 어느 때 자목련도 심었더니 잘 자라고 예쁜 꽃도 피어주었다. 목련을 보면서 구약 전도서 7장 1절의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보다 낫다”는 말씀이 생각나게 해준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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