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미국의 작가요, 미래학자이며 저술가로서 50여 년 전인 1970년,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라는 책을 발표했다. 그 책은 단순히 미래에 대한 어떤 막연한 의견이나 공상을 쓴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여러 가지 데이터와 앞으로 가능한 자료를 놓고 장차 이 사회와 인간의 생활 구조가 어떻게 변할 것이며 특히 “가정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다룬 글자 그대로 미래학자 다운 저술이었다.
그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현실생활에서 변화의 물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밀어닥치고 있다. 이 변화의 물결이 사회 구조를 뒤엎고 가치관을 변화시키며 우리의 생활신조까지 파괴하고 있다. 그는 가족에 대한 앞날을 이렇게 내다봤다. 생명공학이 발달해서 사람의 수정란을 보관했다가 판매하는 베이비센터가 등장할 것이며 급변하는 사회에서 지루하게 한 사람하고만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시리즈 결혼》 그리고 ‘혼전동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독신주의’가 팽창하고 ‘동성연애’가 법적으로 공인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환경이 된다고 예언하였다.
그 책이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책의 말대로 우리의 현실은 놀랍게 바뀌고 있다. 토플러에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2015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 만일 미국에서 동성애나 동성결혼을 비난했다가는 고소를 당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의 가정은 반드시 파괴 된다”는 학자들의 견해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면 이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 절대로 아니다. 가정에 관한 성경적인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시편 기자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城)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있음이 헛되다(시 127:1)”라고 했다.
가정 제도를 만드시고 가정을 주관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다. 가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드신 분도 역시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정신없이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 가정을 견실하고 행복하게 지켜나가는 길은 성경의 가치관에 따라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가정이 붕괴되어 산산이 부서진 현실 속에서 가족의 구성원이 행복을 누리는 모습을 우리는 점점 보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지난 해, 이웃 교회 시무 장로 한 분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신랑친구로 보이는 젊은이가 사회를 보는데 마치 무슨 연예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하였다. 신랑신부가 손을 잡고 춤을 추듯 입장을 해서는 시종 싱글벙글하는 가운데 예식의 주례자도 없었고 기도순서도 없었으며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 19:6)”하는 선포도 없었다. 사회자는 신랑신부에게 짓궂고도 장난끼 짙은 행동을 요구하는가 하면 만세 삼창을 부르게도 하였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리 이 세상의 ‘결혼풍속도’가 바뀐다 해도 장로-권사 가정의 자녀가 혼례식을 치르는데 기도순서도, 주례사도 없이, 성경말씀의 선포도 없이 ‘결혼예식’이라 이름 짓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상황이 아닐 수 없으며 어쩐지 결혼예식의 엄숙함과 정중함을 모두 잃어버린 듯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그리스도인의 가정의 시작은 경건하고 엄숙해야 한다. 주례자도 없이 신랑의 친구가 TV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듯 소란을 피우는 모습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최소한 한 가정의 시작인 결혼예식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예식다운 모습이 갖추어질 때, 하늘이 축복하는 가정이 탄생하고 자녀를 낳으며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게 될 것으로 믿는다. 계절의 여왕이요, 가정의 달이라 일컫는 5월이다. 믿는 가정에서는 찬송가 559장 “어버이 우리를 고이시고 동기들 사랑에 뭉쳐 있고”의 찬송소리가 울려 퍼지면 좋겠다. 바로 이런 모습이 믿는 가정의 필수적인 일상(日常)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