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비가 주 예수 품에 안긴
장례식에서 불린 그의 자작 찬송
1868년 어느 여름날, 본업이 회계사인 아마추어 작곡가는 출장으로 뉴욕행 열차를 탔다. 출장이 끝나는 대로 곧 열릴 신시내티 주일학교 총회와 어린이성가대 특강에서 부르기로 한 찬송가의 새 멜로디가 머리에 맴돌았다.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영광의 들을 지나 저 푸른 바다 건너”며 귓가에 “천사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오선을 그렸다. 회사 업무를 마친 그는 서둘러 찬송 시인이 사는 브루클린에 들러 열차 안에서 작곡한 멜로디를 건넸다. 열차 시간이 40분밖에 남지 않았으니 찬송 시를 짓는 즉시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떠나려 했다. 멜로디를 흥얼대던 눈먼 시인은 그를 잡아 즉시 기도하고 나서 시를 읊어대며 최대한 빨리 받아 적으라고 했다. 즉흥으로 읊는데 고작 15분. 작곡가는 시를 받아 들고 역을 향해 급히 뛰었다.
찬송 시 ‘주 예수 넓은 품에’(Safe in the arms of Jesus)는 미국의 여류 찬송시인 크로스비(Fanny Jane Crosby, 1820~1915)가 지었다.
찬송 시는 1868년, 도온의 작사 요청을 받자마자 며칠 전 뉴욕항 부두 노조 데모 군중 속에서 잃었던 아이를 극적으로 되찾아 기뻐하며 좋아하던 어린아이와 엄마 모습이 떠올라 단숨에 지었다.
곡명 HEART’S REFUGE는 미국의 찬송 작곡가인 도온(William Howard Doane, 1832-1915)이 작곡했다. 그는 다재다능한 전문 회계사이자 70여 개의 특허를 가진 발명가이며 아마추어 작곡가이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여생을 신시내티의 침례교회(Mt. Auburn Baptist Church)의 음악 감독으로 섬기며, 2천여 편의 찬송가를 작곡하고 40권 이상의 찬송가를 출판하였다. 그는 이 같은 공로로 오하이오주 그랜빌의 데니슨 대학교에서 음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찬송은 1868년 9월,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주일학교 총회에서 처음 불려 유명해졌으며, 2년 후인 1870년에 도온이 편집한 찬송가(Collection Bright Jewels)에 처음 출판되었다.
반복되는 “주 예수 품에 나 편히 안겨서” “나 편히 쉬겠네” 시어로 인해 장례 찬송으로 많이 불리고 있으며, 시를 지은 크로스비의 장례식에서도 불리었다. 평생 콤비 작곡자인 도온도 같은 해 12월 크로스비를 따라 주 예수 넓은 품에 영원히 안겼다.
김명엽 장로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