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3대 절기는 유월절(踰越節), 맥추절(麥湫節), 수장절(收藏節)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절기는 내용상으로 모두 감사절에 속한다. 유월절은 무교절(無酵節)과 초실절(初實節)로 연속된다. 즉 무교절이 끝나는 안식일 다음날(주일)이 초실절이다. 오늘날 유월절의 의미는 주님의 고난과 부활을 감사하는 절기로 지켜진다. 수장절은 초막절이라고도 하는데 가을 추수를 하며 지키는 절기로 오늘날의 추수감사절과 같은 의미이다.
맥추절은 유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며 칠칠절(七七節), 오순절(五旬節)과 같은 이름으로도 불렸다. 맥추절은 초실절로부터 시작해 50일째 되는 날에 보리를 추수하고 드리는 감사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신약시대에는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하셨기에 성령강림의 의미를 더 중시했다. 따라서 맥추절은 성령강림절에 지켜야 마땅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절기란 문화에 속하므로 각 나라의 기독교가 가지는 문화적 특성에 따라 그 지키는 풍습과 시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즉 문화와 복음은 다른 것이다. 복음의 캐릭터는 유일성과 불변성이다. 그러므로 복음은 성경이 주장하는 것과 다른 것을 말할 수 없고 변질된 것을 복음이라고 말해도 안 된다. 따라서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복음은 유일하며 불변하다. 그러나 문화의 캐릭터는 복음과는 달리 다양성과 가변성을 특징으로 한다. 즉 문화는 하나의 정답만을 주장할 수 없다.
우리는 예수님의 예배의식과 다른 의식의 예배를 드리고, 예수님이 불렀던 찬송과 다른 찬송을 부른다. 하지만 예배의식이나 찬송은 문화이기에 오늘날 우리의 것으로 바꾸었다고 문제될 것이 없다. 맥추절의 시기나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성경이 말하는 맥추절의 의미는 감사절이기에 우리의 교회문화대로 맥추감사절의 시기와 방법을 정해 지키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추수감사절의 시기도 우리의 추석 명절에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맥추감사절을 단순히 헌금을 걷는 목적으로 지킨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예물이 없는 감사 절기는 성경에 없다. 오히려 예물과 하나님을 겸해 섬길 수 없다는 주님의 말씀처럼, 예물드림은 은혜를 아는 자의 최고의 감사의 표현이라 할 것이다. 한해의 상반기를 보내며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예물을 드리는 한국의 맥추감사절의 풍습은 그대로가 한국화된 우리의 아름다운 감사절의 문화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