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위기의 중년, 위험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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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도 변하고 가정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해로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되었다. 주위에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 결혼하지 못한 자녀들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결혼 건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결혼 건수는 19만 2,500건으로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매년 10%씩 줄고 있다. 반면 이혼은 계속 늘고 있다. 해마다 결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이혼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결혼기간 20년이 넘은 부부의 이혼, 즉 황혼이혼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황혼이혼은 전체 이혼 중 무려 33.4%를 차지한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황혼이혼은 서구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흔한 일이 되었다.

2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부부들이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첫번째 이유는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60세 전후였던 옛날에는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키우고 살다보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배우자와 맞지 않거나 갈등이 있어도 그냥 사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반면 요즘엔 수명이 길어져서 자녀를 독립시킨 후에도 한참을 더 살아야 한다.

남은 시간이 4~50년이 되니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장수시대는 인간의 행복을 연장시킬 수도 있지만 갈등의 연장일 수도 있다. 배우자와 금술이 좋다면 장수는 더없는 축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화목하지 않다면 오래 사는 것은 고통이 될 것이다.

2010년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앨 고어 전 부통령의 황혼이혼 역시 수명연장 시대가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앨 고어 부부는 고등학교 졸업파티 때 만난 인연으로 결혼에 골인, 40년간 성공적으로 네 자녀를 키운 잉꼬부부였다. 참혹한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을 뻔한 고통도 사랑의 힘으로 함께 겪어낸 이 부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이혼을 선택하자 미국 사회는 황혼이혼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뉴스위크는 ‘고어 부부가 황혼이혼의 새로운 파도를 이끈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들의 이유 없는 이혼을 “몇 년 안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내릴 수 없는 새로운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중년이후의 호르몬의 변화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남자들은 젊은 시절 성공을 향해 내달리면서 아내와 자녀를 외면했다. 중년이 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예민해지고 감성적인 모습이 된다.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도 하고 허탈감이나 외로움을 호소하며 아내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생긴다. 

반면 여자는 마흔을 넘기면서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점차 대범해지고 씩씩해진다.

한평생 매달려온 자녀 양육도 끝났겠다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다. 취미 생활도 하고 싶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여행을 다니고 싶다. 그런 아내에게 외로움을 호소하는 남편이 예뻐 보일리 없다. 혈기 왕성할 땐 바깥으로 돌며 하숙생 노릇이나 하다가 이제 와 매달리는 남편이라니 귀찮고 얄밉기만 하다. 그러니 중년 아내들 사이에서 최악의 남편은 집에서 세끼 다 먹는 삼식이요, 제일 기특한 남편은 한끼도 안먹는 영식이라는 이야기가 유행할 수밖에.

남은 인생 지금부터라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남자들이 혼밥 신세로 추락하고 초라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두상달 장로

 반포교회 

 (사)인간개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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