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그림은 창조주를 향한 찬가입니다. – 앙드레 브라질리에
필자는 새해가 되면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찾아가곤 하는데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롭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맞이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친구들과 대화 중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한 전시회가 화제로 떠올라서 올해는 새해 둘째 날 아침 예술의 전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랑스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1929년생으로 올해 94세로서 여전히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화가이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그렇게 유명 화가는 아닌 것 같아 애당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 작품실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을 채우고 있는 클래식 음악과 연주회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이루는 조화가 예사롭지 않게 마음을 끄는 것이 아닌가.
파란 하늘과 옅은 파란색의 나무들, 그리고 투명한 장밋빛 노을이 가득한 하늘아래 뛰노는 말들의 행렬을 그린 작품들을 보면서 이 작가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내 마음을 채우는 것 같은 감동이 밀려왔다.
게다가 전시공간 여기저기에 적혀있는 작가의 언어는 그런 감동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글들이었다.
“모든 예술은 사랑의 노래입니다.”
“조형적 개념의 정직함, 삶과 자연에 대한 사랑, 영적인 모험, 나는 그것들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예술은 속임수를 쓰지 않아요, 만들어진 감정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시, 음악, 회화, 이것들은 모두 심장과 영혼에 침투된 감정에서 솟아오릅니다.”
그런데 그중에 압권은 자신 그림은 모두 창조주를 향한 찬가라는 선언이었다. 브라질리에는 자연과 계절의 놀라운 변화, 생명의 경이와 아름다움을 그림이라는 언어를 통해 발견하고 있다. 삶이란 불안정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안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고 발견해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그는 믿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 예술가이다. 특별히 일상의 삶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우리 신앙인은 브라질리에가 말하는 예술가라고 할 수있겠다.
코로나가 아직도 우리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올해도 경기침체와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일에는 시종이 있고, 어두움이 짙으면 새벽이 가까왔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이제 세계가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를 극복하고 보다 자연친화적이고 윤리적인 새로운 문명을 건설해나가는 첫걸음을 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새해 벽두에 화가 앙드레 브리질리에의 창조주 하나님과 생명에 대한 찬가로 가득한 그림들을 마음에 담고 전시회를 나오면서 새로운 희망으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다음과 같은 말을 되새기면서, “예술가는 보게 하고 느끼게 하는 마술사가 되어야 하죠.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자유롭게 비상하도록 보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김완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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