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구약의 만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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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세계에는 폐쇄적인 이스라엘 우월주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또 하나의 신학적 주류가 있다. 그것은 소위 ‘만민주의’(universalism)라는 것이다. 만민주의는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여호와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모든 피조물을 통치하시고, 그의 자비와 은총, 사랑은 이스라엘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상 모든 만민에게 미친다는 것이다. 요나서를 보면 요나라는 인물은 이스라엘 우월주의를 대표한다. 요나에게 있어서 앗수르 제국의 수도 니느웨와 니느웨 백성은 이스라엘의 적이요 원수이다. 오직 하나님의 징벌의 대상일 뿐이다. 요나는 니느웨 백성들이 악한 길에서 돌이켜 회개했다는 사실은 전혀 도외시하고, 하나님이 그들을 징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악’이라고까지 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나 하나님은 화를 내는 요나를 향해 말씀하신다.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욘 4:11)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원수 니느웨의 백성들뿐만 아니라 가축들까지 돌보시고 아끼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우월주의와 대비되는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의 ‘만민주의’가 잘 드러나는 말씀이다.

만민주의는 지상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복 주심의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애굽까지도 ‘내 백성’이라고 부르시고, 앗수르도 ‘내 손으로 지었다’고 말씀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하시면서 복을 주신다. (사 19:25)

② ‘만민주의’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신앙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지상만민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고, 누구나 여호와 하나님을 믿고 경배할 수 있다. 또한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 누구든지 구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은 열방의 이방 족속들을 향해 선포하신다. “너희는 모여오라! 함께 가까이 나아오라… 땅의 모든 끝이여! 내게로(=여호와 하나님) 돌이켜 구원을 받으라. 나는 하나님이라.” (사 45:20-22) 이는 지상 만민에게 보내는 하나님의 ‘만민 구원’의 초청장이다. 하나님은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며 하나님의 언약을 굳게 지키는 이방인들을 향해 선언하신다. “나의 언약을 굳게 지키는 이방인마다 내가 그들을 나의 성산(=시온 산)으로 인도하여 기도하는 내 집(=성전)에서 그들을 기쁘게 할 것이며… 이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이 될 것임이라.” (사 56:6-8) 이방인들에게 굳게 닫혔던 성전의 문이 활짝 열리고, 하나님은 손수 이방인들을 하나님의 성산 시온으로 인도하신다. 그리고 성전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선포하신다. 구약의 만민주의를 대표하는 말씀이다.

또한 만민주의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는 이스라엘이나 이방인이나 어떤 구분이나 차별이 없다. 신명기는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들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룻기는 모압 여인 룻을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하며, 그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 다윗의 3대 조상이 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룻기는 구약 만민주의를 대표하는 책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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