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평전] 제7광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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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회담차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할 즈음 온 국민은 ‘제7광구문제’가 거론될지에 관심을 가진바 있다.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해저(海底)에는 우리 한국 영토에서 시작되어 뻗은 약 8만 2000㎢ 넓이의 대륙붕(大陸棚)에 일명 ‘7광구’가 있다. 대륙붕(continental shelf)은 연안 해저에 분포하는 대륙의 자연적 연장으로서 수심이 비교적 얕고 경사가 완만한 해저다. 대륙붕의 끝은 보통 급경사 절벽의 심해저로 이어진다.

대륙붕의 평균 수심은 약 200m 내외이고, 평균경사는 약 0.1°정도여서 햇볕이 잘 투과해 수온이 높고 온갖 해양 식생(植生)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대륙붕의 토양은 수심이 낮았을 때의 빙하기(氷河期) 퇴적층이 표토(表土)를 이루고 있어, 유전(油田) 등 소위 해양자원 보고가 형성된다. 대륙붕의 이런 가치는 20세기를 전후해 발견되었다. 마침내 1945년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대륙붕에 관한 주권을 선언하면서 이후 해저자원 개발과 관련된 해양 관할권 분쟁이 일고 있다.

7광구 대륙붕 일대에는 천연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석유는 미국 매장량의 4.5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정책연구소 우드 로윌슨센터는 7광구에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석유가 묻혀 있다’는 장밋빛 추측을 했고, 유엔 산하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는 1968년 ‘동중국해 대륙붕에 많은 양의 석유 자원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1970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7광구 대륙붕은 한국영토로부터 뻗어 생겼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7광구의 영유권은 한국에 있다고 발 빠르게 선포했다. 하지만 국제법상 7광구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며 공동개발을 요구했고, 한국은 그 당시는 한국이 해저에서 석유를 파낼 시추 기술이 없었음도 고려해서 일본과 공동개발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7광구는 ‘한일 공동개발 구역’으로 협정 되었다. 개발 기한은 2028년 6월까지이고 ‘탐사와 시추는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단서에도 합의했다. 그런데 일본은 1986년 “경제성이 없다”며 돌연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은 단서 조항에 묶여 이도 저도 못한 채 7광구 개발은 수십 년간 방치되어 왔다. 이런 한·일의 7광구 공동개발 협정 문제에 일본이 한·일 양국의 공동개발구역(JDZ) 협정 시한(2025년 6월)이 되면 ‘어느 쪽이든 종료를 통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음’에 따라 협정 종료를 선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유엔 국제해양법의 ‘200해리’ 등 새로운 규정에 따라 7광구의 90% 가량이 일본으로 귀속될 공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동안 7광구 사안에서 보여 온 태도를 감안하면 한·일 양국이 일본의 새로운 문제 제기에 한·일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모양새다. 지금까지 일본은 채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의 속셈은 이미 굳어져 있는 것 같다. 이에 한국은 공동개발 노력을 외면한 일본의 협정 위반을 문제 삼아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다각도로 접근 가능한 모든 외교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그런데 2028년 한·일조약이 종료될 경우에는 중국이 해군력을 앞세워 7광구 일대 영해권을 행사하려 할 새로운 문제성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7광구 바로 옆 바다에서 천연가스 채굴을 하며 줄곧 호시탐탐 동중국해 7광구 유전 개발 참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위압적인 참여 전망에 대해서 미국 등 태평양 국가들의 도움이 불가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제해양문제 전문가들은 이제 일본은 경제적인 의욕보다는 중국 팽창 저지를 위한 한·일 안보동맹 차원의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충언하고 있다.  

그리스vs터키 간의 끝없는 분쟁은 한·일간의 7광구와 같이 막대한 동지중해(東地中海) 해저 원유·천연가스가 발화점이다. 동지중해에는 약 17억 배럴의 석유와 3조 4,000억㎥의 천연가스가 묻혀 있다. 이에 터키 해저자원탐사선이 그리스 우방인 키프로스 서쪽 해역에서 탐사 활동을 했을 때다. 그리스가 이 해역은 터키와 인접되어 있으나 그리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임으로 묵과할 수 없다며 터키에 경고했다. 그러나 군사력이 강한 터키는 묵살했다. 이에 지중해를 함께 끼고 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터키의 영향력 확대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리스를 지원하고 나섰다. 마침내 지난 2020년 9월 그리스 영해인 지중해 크레타섬 인근 해역에서 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키프로스가 공동 해상군사 훈련을 실시했고, 프랑스군 전투기들은 상공을 휘젓고 다니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런 훈련은 말할 것도 없이 터키를 겨냥한 경고였다. 결국 프랑스·이탈리아가 터키의 일방적인 지중해 해저 유전 개발 탐사를 차단시켰다. 7광구 분쟁이 그리스vs터키 분쟁 모양새가 될 소지가 있음을 관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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