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저녁으로 여러 날을 모여 성탄절 축하의 밤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회에 모여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을 열심히 연습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하던 연습을 잠시 멈추고 선생님들이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함께 모였다. 그런데, 식사하는 도중에 유치부 남자아이 하나가 같은 또래 여자아이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이며 그 아이에게로 다가가 제 딴에는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말을 건네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선생님들이 그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아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남자아이가 균형을 잃고, 하마터면 먹고 남은 음식물 통이 있는 곳으로 넘어질 뻔했다.
그 아슬아슬한 찰나를 목격한 선생님들, 그리고 함께 식사하던 아이들이 모두 놀라며 여기저기서 ‘아~!’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도리어 그 아이는 기우뚱하다가 균형을 잡더니만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가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저기서 ‘어머머 저 조그만 게 말하는 것 좀 봐! 어떻게 저 어린아이 입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하면서 사랑스러운 눈망울로 그 아이를 지켜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3살짜리 어린 아이의 입에서 그런 다부진 말이 나올 줄을 누가 기대나 했겠는가? 보통의 경우라면 ‘왜 그래~~?’, ‘네가 그랬잖아~~?’라고 짜증을 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아이는 그렇게 하지 않고 천진하고 귀염이 가득한 목소리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미안해’라고 했으니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지 않았겠는가? 평소에 그렇게 교육을 잘 받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안해!’하며 귀염을 보인 이 아이의 한 마디는 오늘을 사는 기성세대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내가 미안해~!’ 하는 말을 듣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고, 자신은 모든 면에 바르고 옳다는 착각 속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필자인 저 자신부터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런 현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기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버렸고, 사람들의 여러 말이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때에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단코 거기 들어가지 못하리라”(눅 18장 17절) 하시며 칭찬하신, 어린이와 같은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내가 미안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가정이나, 교회나, 총회,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가 더욱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5월 가정의 달, 어린이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한 번 어린이가 일깨워준 한마디 ‘내가 미안해!’ 라고 말해보자~!
이홍술 목사
<총회 규칙부장, 평화로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