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회에 걸쳐 유대인들의 특징적인 세 가지 표적(marker)에 관해서 논의했다. 세 가지 표적은 식사법, 할례법, 안식일 준수이다. 이 세 가지를 지키며 사는 사람은 외모가 어떻든, 어디에 살든, 자기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돼지고기도 잘 먹고, 할례가 신앙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는 의식이 전혀 없다. 또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주일(主日)을 지킨다. 한마디로 기독교 신앙인들은 유대인의 세 가지 표적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먼저 식사법 문제부터 보자. 사도행전 10장에 보면, 사도 베드로가 욥바에 있는 가죽제품을 만드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피장(tanner) 시몬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베드로는 제6시(정오시간)에 기도하러 집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는 기도하는 중 환상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끈이 달린 큰 보자기와 같은 그릇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 보자기 속에는 온갖 ‘부정한’(unclean) 짐승과 공중에 나는 날짐승들이 있었다. 그때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먹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드로는 “주여! 저는 속되고 부정한 것을 먹은 일이 없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고 하는 음성이 베드로의 귀에 들렸다. 이런 일이 세 번 있은 후, 그 보자기와 같은 그릇은 하늘로 올라갔다. (행 10:6-16) 지중해변의 항구도시 욥바의 시몬의 집 옥상에서 베드로에게 보여준 환상으로서 하나님은 크리스천들을 구약의 식사법으로부터 해방시켜주셨다. 그래서 우리들은 사도 바울의 말씀에 ‘아멘’으로 응답한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시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느니라.”(딤전 4:4)
다음, 할례법이다. 초대교회 시대 이방인 세계로 복음이 전파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대두되었다. 그중의 하나가 할례 문제였다. 이방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크리스천이 된 경우, 그들은 할례를 받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초대교회 내의 ‘유대교적 기독교’(Jewish Christian)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이방인들도 크리스천이 되려면 반드시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루살렘교회에서 회의가 열렸다. 예수님의 육신의 동생으로 예루살렘교회를 이끌고 있던 야고보의 주재 아래, 사도 베드로, 사도 바울, 바울의 동역자 바나바, 그리고 장로들 등 초대교회의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던 교회 역사상 첫 번째 ‘종교 회의’였다. 이 회의 결과, 이방인들은 할례를 받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예루살렘 회의의 결정으로 크리스천들은 종교의식으로서 할례법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러나 예루살렘 회의에서는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든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네 가지 사항을 결정했다. 그것은 ①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지 말 것, ②목매어 죽인 짐승을 먹지 말 것, ③피를 먹지 말 것, ④음행을 멀리하고 성결된 삶을 살 것, 이렇게 네 가지이다. 피를 먹지 말라는 금령은 이스라엘 백성 이전, 즉 아브라함 이전, 온 인류에게 주신 금지명령이므로 이방인 크리스천들도 모두 지켜야 하는 것이다.(창 9:4)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