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춥다고 몸을 움츠려도 머지않아 땅은 녹고 어김없이 파란 싹이 무거운 땅을 뚫고 뾰족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봄은 지금 숨죽이며 제 할 일에 열심일 것이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농부의 겨울 방학이 끝나고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그래서 대보름 잔치를 크게 벌이고 풍성하게 차려 배부르고 맛나게 대접하는 풍속이 생겼다. 이제 볍씨를 고르고 모를 잘 키우기 위한 일을 시작한다. 씨앗이 좋아야 하니 정성껏 볍씨를 고르고 못자리판을 잘 만드는 일에 온 정성을 쏟는다.
우리 예수님께서도 씨앗의 중요성과 그 자랄 환경이 농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시면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로 어리석은 우리에게 복음과 하늘나라의 비밀을 설파하셨다. 씨 뿌리는 자가 씨를 뿌리는데 길가에 떨어지기도 하고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지기도 하는가 하면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다 안타까운 경우이고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마 13:8)고 비유로 말씀하고 계신다.
이제 우리는 이 비유에서 어떤 교훈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씨앗의 입장에서 보면 다 좋은 땅에 떨어지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씨앗이 될 수 없기에 그 문제는 우리의 선택 밖의 일이다. 다만 우리는 씨앗이 떨어졌을 때 우리의 상황이 좋은 땅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 문제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부분임을 이 말씀에서 보배로 배워야 한다.
길가는 내 마음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서 복음을 받았을 때 바로 취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사람이 가로채 가 버리는 형국이다. 흙이 얕은 땅은 신앙의 깊이가 없어 복음이 뿌리 내리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가시떨기 위라 함은 땅은 좋아 뿌리도 내리고 잎도 틔웠지만 온갖 유혹과 마귀의 시기와 나 자신의 오만함과 탐욕 등 때문에 복음이 뒷전으로 밀려나 버림을 한탄하신 비유라 본다. 우리 마음을 옥토로 바꾸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다. 오직 예수님께만 의지하고 모든 것을 맡기며 감사와 사랑으로 살아가면 우리 마음 밭은 부드러운 옥토로 바뀐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