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 이발소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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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난민촌 안에 있는 이발소를 방문했다. 이발하러 간 것이 아니라 이발소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상하게도 이발소를 다녀온 사람들마다 급성피부염에 걸려 얼굴이 붓고 발개지는 현상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문제의 원인은 더러운 빗이었다. 하나뿐인 빗을 소독도 하지 않고 계속 쓰다 보니 빗에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닦는 것은 고사하고 털지도 않고 사용했던 것이다. 나는 칫솔과 소독약을 사다주며 직접 소독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30분 후에 다시 가서 직접 이발을 했다. 곧바로 머리를 감았는데, 더 이상 피부염은 생기지 않았다.

위생 관념이 없는 것은 통기 난민촌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난민촌에는 저수지가 두 군데 있었는데 물 색깔이 썩어가는 늪처럼 파랬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덥다고 그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사람들은 그 물로 빨래도 하고 양치질까지 한다. 하루는 한국에서 온 젊은이가 “저 아이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랴?”하며 더운 여름에 뛰어들었다가 살갗이 빨갛게 변하면서 피부병에 걸리고 말았다. 통기에 살던 아이들은 그 더러운 물에 적응이 되었는지 몰라도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진료소에는 간단한 보건과 위생 관리를 훈련시켜 마을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요원들이 열 명 가량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손톱깎이를 나눠주고 손톱 깎는 법을 훈련시켰다. 건강요원들이 돌아다니며 우선 주부들의 손톱을 깎아주도록 했다. 손톱 밑에 낀 때라도 없으면 조금이라도 나을 것 같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반드시 손톱을 깎아주도록 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서 내가 아이들 손을 검사하고 다녔다. 손톱을 깎은 아이들은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끼리 경쟁심이 생겨 너도나도 손톱이 깨끗해졌다고 자랑했다.

선교사는 외국에 선교하러 간 사람이지 그 나라의 문화를 고치려고 간 사람은 아니다. 먼저 현지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현지인과 친구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그런 다음 고칠 것이 눈에 띄면 서서히 생활 속에서 직접 보여주면서 고칠 방향을 제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처음부터 고치려고 덤비면 문화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더러운 손에도 문화 충격이 있었지만, 손톱을 깎아주면서 그 충돌은 조금씩 완화되어갔다.

스리랑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산골에 이동 진료를 가기 위해 미리 점심 준비를 해갈지 말지를 확인하는데, 그날은 현지 마을에서 준비하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사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런 경우 나는 그 집의 취사장에 먼저 가보곤 한다.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큰 접시에 수북이 밥을 담아 놓았는데 파리 떼가 완전히 밥을 덮고 있었다. 사람이 다가서니 한꺼번에 날아가는 파리 소리가 ‘쏴아’하고 들릴 정도였다. 그런 밥을 퍼서 나눠주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날 일이지만 나는 감사하면서 밥을 먹었다. 우리가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면 그 안에서 항상 기쁘고 감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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