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부부싸움 하루 지나면 공소시효는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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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것은 좋지만 완벽주의는 인간관계를 해친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암으로 숨진 젊은 가장이 있었다. 그는 원리 원칙에 투철한 완벽주의자였다. 직원들에게나 가족들에게도 자기처럼 늘 완벽한 일처리를 요구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금방 질책이 뒤따랐다. 

이런 남편을 둔 아내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깔끔하고 유능한 남편을 두어서 좋겠다고 했다하나 아내 입장에서는 고행에 가까운 삶이었다. 

 이 부부의 싸움은 거의 역사적이다. 오늘 발생한 작은 일에서 시작한 싸움은 연애 시절의 과거로까지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간다. 한번은 퇴근한 남편이 거실에 널려있는 옷가지를 보고 아내를 공격했다. “정리정돈 하나 제대로 못해? 도대체 당신이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 어김없는 남편의 질책에 아내는 단번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뭐 집에서 노는 줄 알아? 다른 남편들은 집안일도 잘 도와준다던데, 당신은 맨날 그저 잔소리만 해대고.” 남편도 지지 않고 아내의 말을 받아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완벽주의자인 그는 몇 달 전 아내가 시부모님 생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에서부터, 몇 년 전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일까지 과거를 낱낱이 들추어 가며 아내를 공격했다. 이런 식의 싸움에 이골이 난 아내 역시 가만있을 리 없다. 결혼할 때 혼수 문제로 받은 스트레스에서부터, 첫아이를 낳았을 때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받은 일까지…. 아예 역사책을 써 내려갔다. 부부 싸움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줄줄이 이어진 것이다. 

 이런 식의 소모적인 싸움으로 가정불화는 날로 심해졌고 결국 건강 악화로까지 이어졌다. 남편의 췌장암이 발견된 것은 결혼 20여 년째를 맞았을 때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남편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난 참 어리석은 사람이었어요. 실수하지 않으려고 평생을 긴장 속에서 살았어요. 심지어 아내에게조차 완벽을 요구했지요. 그동안 아내에게 상처 준 게 후회가 돼요. 우리 부부도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가정 안에서 완벽주의자는 외톨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갈등과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건강한 부부도 싸움은 한다. 그러나 부부싸움은 반드시 한 가지 안건을 놓고 치러야 한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과거 일을 들추며 싸우는 것은 반칙이다. 영화도 일류 극장은 한 프로만 상영한다. 그러나 삼류 극장에서는 동시상영을 한다.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원인 중에 90퍼센트가 이미 지난 과거 일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의 일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많은 부부들이 과거가 드리운 헛된 그림자를 붙잡고, 현재를 갈등하면서, 불행하게 살아간다.

부부싸움은 단순히 감정이나 화풀이를 위한 장이 아니다. 갈등이 되는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건설적인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지난 과거에 매달려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살인 같은 끔찍한 범죄도 공소시효가 있다.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 사이에 지난 2-30년의 과거에 매달려 싸울 일이 뭐가 있을까? 부부싸움의 공소시효는 24시간. 하루 지나면 공소시효는 소멸된다.

과거는 과거로 끝나야 한다. 심각한 갈등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이 개과천선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불행했던 과거에 발목 잡혀 현재를 불행하게 살 필요 없다. 어제까지의 일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오늘부터 미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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