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歌王)’이라는 별명의 가수 조용필(趙容弼, 1950~ )의 명곡인 ‘비련(悲戀)’이라는 노래에 얽힌 일화입니다. 조용필씨의 전 매니저인 최동규씨가 과거 『조용필 4집 앨범』 발매 당시, 인터뷰했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조용필씨가 과거 ‘4집 앨범’ 발매 후 한창 바쁠 때, 한 요양병원장으로부터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 병원장은 자기 병원에 14세의 지체장애 여자아이가 조용필씨의 4집에 수록된 《비련》을 듣더니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그 소녀는 주변의 어떤 자극에도 반응을 하지 못하던 소녀였는데 입원 8년 만에 처음으로 기적 같은 반응을 나타내어 보였던 것입니다. 이어 병원장은 이 소녀의 보호자 측에서 “돈은 원하는 만큼 줄 테니 조용필씨가 직접 이 소녀에게 《비련》을 불러 줄 수 없는가?”라며 요청을 해 왔고 만일 여의치 않으면 “잠깐만이라도 조용필씨가 직접 와서 얼굴이라도 보게 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매니저의 전언(傳言)에 의하면 “당시 조용필씨가 캬바레에서 노래 한곡을 부르면 지금 돈의 가치로 4천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때 조용필씨에게 매니저가 소녀의 얘기를 했더니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툭!’ 끄더니, 곧바로 “그 시골의 요양병원으로 출발을 하자”고 했답니다. 그날 행사가 4곳이었는데, 모두 취소하고 위약금(違約金)을 물어주고서 요양병원으로 단숨에 달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조용필씨는 병원에 들어서마자 사연 속의 소녀를 찾았습니다. 병원 사람들과 환자의 가족이 놀란 것은 당연했지요. 소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기적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조용필씨가 소녀의 손을 잡고 ‘비련’을 부르자 잠시 전까지 그렇게 무표정이던 그 소녀가 펑펑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요양병원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조용필씨는 여자아이를 안아주고 자신의 CD에 사인을 해주고서 차에 타려는데, 소녀의 엄마가 “돈은 어디로 얼마를 보내면 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용필씨는 “따님의 눈물이 제 평생 벌었던 돈보다 더 비싸고 소중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 참으로 많다는 걸 기억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돈보다 귀한 것은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들에게 감동과 사랑을 베풀어주는 ‘배려’일 것입니다. ‘조용필 가수의 따듯한 배려!’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사람의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은 모두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예수님 앞에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온 사람이 ‘한 어린 아이’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배고픔을 참아가며 자기의 마음을 담아 예수님께 그것을 가져왔는데, 곁에 있던 제자 안드레는 “그게 얼마나 되겠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 아이가 가져온 작은 것들을 존중히 여기시며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사실 무(無)에서 천지를 지으신 주님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없다고 한들 기적을 못 일으키시겠습니까? 하지만 주님은 그 아이가 가져온 것을 그대로 받아주시고 그것을 귀히 여겨주셨으며 그 아이를 기적의 주인공이 되게 해주신 것입니다. 자기 눈앞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기적을 보며 그 아이는 얼마나 놀라고 기뻐했겠습니까? 안드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예수님은 아이의 정성을 받아주시고 그 마음을 “귀하다”하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던 어린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신 것입니다.
미국에서 위대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월트 휘트먼(Walter Whitman, 1819~1892)’은 서민(庶民)의 희망과 자유를 진실하게 표현한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한 명의(名醫)와 가졌던 대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의사가 된 지 3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약을 처방했는데 아픈 사람에게 가장 좋은 약은 ‘사랑과 배려’ 곧 ‘인간애(人間愛)’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월트 휘트먼은 의사의 말에 크게 공감했지만, 궁금한 것이 있어 의사에게 되물었습니다. “사랑이나 배려라는 약이 잘 안 들을 땐 어떻게 합니까?” “약이 잘 안 들을 때는 투약(投藥)을 2배로 늘립니다.” 이것이 그 명의가 밝힌 그의 최종적인 ‘처방(處方)’이었습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