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신앙의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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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여정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각자 자신만의 오솔길을 가지고 있다. 그 길은 입구가 가려져 있어서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구불구불한 좁은 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조차도 오랫동안 그 오솔길이 하나님으로 인도하는 길인 줄 알지 못하고 걷게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그 오솔길을 유학 시절에 처음 만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40여 년을 그 오솔길을 함께 걸어온 소중하고 고마운 소모임이 하나 있다. 

20대 후반 자신만만하게 하나님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필자가 미국 유학 가서 처음 만난 몇 명의 크리스천들에게서 받은 충격은 실로 컸다. 그들은 힘들고 외롭고 바쁜 유학 생활 중에도 서로 도와가며 사랑을 실천하고 기쁨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공동체와의 만남이 순전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뒷날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교만함과 치기 어린 마음으로 그들이 믿는 믿음에 도전장을 내밀고 토론을 통해 그들의 어리석음을 격파하겠다고 별렀다. 그렇게 시작된 토론 모임에서 필자의 의심이 정당함을 설득해 가는 듯 보였으나, 사실은 그들의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 앞에서 차가운 논리가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를 당했다. 

당시 필자가 유학했던 대학에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세운 한인교회가 있었는데, 미국교회를 빌려서 주변 도시의 한인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님을 돌아가며 초청해 주일예배를 드리는 독특한 교회였다. 단조롭고 외로운 유학 생활 중에 한국 학생들을 만나 교제할 수 있는 곳이 교회밖에 없었으므로 필자도 자연스럽게 그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크리스천 유학생들과 친해지면서 조금씩 교회 활동에 익숙해졌지만, 필자와 같은 비기독교인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로 예배에 참석할 뿐이었다.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함께 있는 유학생 교회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경과 교리를 놓고 서로 토론하는 주말 모임이 만들어졌다. 창세기와 복음서의 기록이 과연 과학적으로 사실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곤 했다. 사실 학생들의 성경 지식은 매우 제한적이었으므로 이 토론은 대개 결론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학생들의 모임인 만큼 토론 모임은 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크리스천 유학생들의 초대교회와 같은 열정과 사랑에 감화를 받아 필자와 같은 비크리스천 학생들도 점차 복음의 진리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5, 6년 뒤 공부를 마치고 서울로 귀국한 토론 모임의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모이게 되었다. 서로 출석교회도 다르고 전공 분야도 달랐지만, 유학 시절 교회 활동을 같이한 인연이 이어져서 자연스럽게 부부가 함께 정기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한 다섯 가정 중에는 이미 뜨거운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였고 필자는 아직도 회의적인 신자였다. 그렇지만 그 끈끈한 인연으로 부부가 함께 만나고 또 자녀들도 같이 여행도 가고 즐겁게 지내는 교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유학 시절부터 시작해 40여 년간의 긴 시간을 중단하지 않고 만나는 이 소모임이 필자에게 미친 영향은 실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마치 매미가 땅속에서 수년간 애벌레 시절을 보내다가 마지막 며칠을 매미로 탈바꿈해 생애를 보내는 것처럼 미지근하던 필자의 신앙도 어느 날 갑자기 개화해 복음의 진리를 깨닫고 내면으로부터 변화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 꾸준한 모임이 있었기에 필자의 신앙도 존재하게 된 것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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