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8년 임기를 마치며 고별연설을 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4년 더”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는 마지막 연설에서 두 딸에게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힘들었을 텐데, 너희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셸 여사에게는 “당신은 내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일 뿐 아니라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다. 25년간 우아하고 고상하게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순간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정치적 업적을 넘어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준 그의 삶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는 말로 연설을 마친 오바마의 모습에서, 우리 역시 박수받고 떠나는 지도자를 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박수받으며 사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살아야 하는데 한나가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그녀의 간절함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한나의 남편에게는 브닌나라는 또 다른 아내가 있었고, 그녀가 연이어 아들을 낳자 한나는 말할 수 없는 비통함에 잠깁니다. 그런데 왜 성경은 한나의 불임 이야기를 사무엘상 서두에 상세히 기록하고 있을까요? 이 시기는 약 400년간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영적 암흑기였습니다. 심지어 영적 지도자인 엘리 제사장조차 영적 분별력이 무뎌져 있었고, 그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제사장임에도 제물을 빼앗고 성전에서 수종 드는 여인들과 동침하며 하나님을 격분하게 했습니다. 성경은 사사 시대를, 아이를 갖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한나의 심정을 통해 하나님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은혜와 능력을 베푸시고 때로는 고통으로 이스라엘을 깨우치려 하셨지만, 백성들은 점점 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영적 불임의 시대를 걷고 있었습니다. 한나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당시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를 대변하며, 한나의 마음이 곧 하나님의 마음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한나는 자신의 불임 문제와 슬픈 마음을 하나님 앞에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기도하던 중 한나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이때 한나의 기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이를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주님을 위해 일할 사람으로 자녀를 키우겠다는 약속입니다. 놀랍게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한나의 얼굴에서 근심이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비로소 하나님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넘어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진정한 섬김의 시작입니다. 한나처럼 우리의 아픔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통로가 될 때, 우리의 기도도 변화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