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는 암울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유행가였다. 그런데 이 노래의 원곡은 찬송가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제레미아 잉걸스(Jeremiah Ingalls, 1764~1838)가 영국 민요에서 편곡해 <주님의 사랑>(Love Divine)이라는 찬송을 작곡했고, 이것을 자신이 1805년에 펴낸 《크리스천 하모니》(The Christian Harmony)라는 찬송집에 수록했다.
이 찬송의 가사가 ‘주님이 그의 동산에 오시네’(The Lord into His Garden Comes)로 시작하므로 ‘가든 힘’(Garden Hymn)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1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주님 오시네 그 동산에 향기 가득한 향신료 피어나고 백합꽃은 생기 넘치네 은혜의 단비 예수님께로부터 모든 포도나무에 흘러들어 죽었던 마음, 생명 얻네.”
이 노래가 일본에서는 1910년 시치리가하마(七里ヶ浜)에서 발생한 보트 전복 사고로 죽은 조시카이세이 중학교(逗子開成中学校)의 학생 12명을 추모하는 ‘새하얀 후지산 봉우리’(真白き富士の嶺)라는 가사와 함께 추모 노래로 불렸다.
같은 해, 이 곡의 멜로디는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전해졌다. 기독교인이던 임학천은 이 멜로디에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라는 가사를 만들어 붙였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같다.”
이 노래는 나중에 〈희망가〉라는 제목으로 더 널리 알려졌고, 일제강점기 민중의 절망감과 체념을 담아내며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 가사를 자세히 보면, 그 내용이 아버지를 떠난 탕자의 탄식을 노래한 것이다. 즉 임학천은 ‘탕자자탄가’(蕩子自歎歌)라 해서 본래 성경의 탕자 이야기를 기초로 찬송 가사를 만들었지만, 엉뚱하게 이 노래가 암울했던 조선 사회의 분위기를 타고 유행가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부흥사였던 이성봉 목사는 이를 아쉬워하며 〈서로 사랑하자〉라는 새로운 기독교적 가사를 지어 복음성가로 재탄생시켰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우리 할 일이 무엇인가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형제여 서로 사랑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자 사랑의 주님 계명 지켜 힘써서 사랑하자.”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