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건강과 행복] 어르신들의 조용한 기도와 헌신, 공동체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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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길어 올린 지혜,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다

나무에 얽힌 전설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어떤 것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 어떤 것은 다소 과장되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배경을 찬찬히 살펴보면, 옛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나무에 삶의 의미를 투영하고 이야기를 빌려온 흔적임을 알 수 있다. 

마을이나 지역의 입구에 서서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는 그 자체로 공동체의 역사이자 기억이다.

우리는 이런 나무를 흔히 ‘거목’이라 부른다. 사전적으로 거목은 매우 크고 오래된 나무를 뜻하지만, 이 단어가 지닌 진정한 무게는 비유적 의미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거목은 단순히 오래 존재한 대상이 아니라, 한 분야에서 깊은 영향력을 남기며 조직과 사회, 역사의 정신적 중심이 되어온 존재를 가리킨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동체를 붙들어 주는 버팀목이라는 의미가 이 말 속에 담겨 있다.

한경직 목사가 별세했을 때 언론이 “한국 개신교의 거목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 인물의 죽음을 넘어, 한 시대를 떠받쳐 온 정신적 기둥을 잃었다는 공동체의 상실감을 표현한 말이었다. 

우리는 가정의 중심을 가장이라 부르고, 교회와 공동체에서는 신앙의 선배들을 기둥이라 표현한다. 기둥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건물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구조물이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은퇴 이후의 삶을 생산성이 끝난 시간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속도와 효율, 경쟁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과 지혜는 쉽게 과거로 밀려난다. 노년은 돌봄의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그 안에 담긴 삶의 서사와 통찰은 사회적 자산으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 

하지만 한 시대를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과 인내, 선택의 무게는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공동체의 귀중한 자산이다.

사회복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질문해야 한다. 노년은 보호의 대상이기 이전에 축적된 지혜의 보고이며,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중요한 토대다. 

교회와 지역사회가 오늘의 모습으로 설 수 있었던 것도 어르신들의 조용한 기도와 말없는 헌신이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여 왔기 때문이다. 거목은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수십 년의 비바람을 견디며 뿌리를 깊이 내린 후에야 넉넉한 그늘을 내어준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안정과 질서 역시 누군가의 인내와 기도, 보이지 않는 헌신 위에 놓여 있다. 거목을 존중하는 사회, 노년의 지혜를 보호가 아닌 자산으로 품는 사회복지가 자리 잡을 때 공동체의 미래는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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