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텔레비전과 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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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컬러로 된 스마트폰을 들고 다나며 언제든지 보고 싶은 영상을 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영상매체인 텔레비전이 방송된 것은 1956년 5월 12일이었다.
첫 텔레비전 방송국인 코캐드 TV가 ‘활동 사진이 붙은 라디오’라는 별명으로 첫 전파를 타게 되어 수상기가 설치되어 있는 탑골공원에 사람들이 모였다. 물론 이때는 흑백 TV 방송을 처음 시작한 것이고 컬러 TV 방송을 시작한 것은 한참 후인 1980년 12월 1일에 KBS 1TV가 시작하였으며 완전한 컬러 방송이 시행된 것은 1981년 1월 1일부터이다. 이같이 우리나라에서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흑백 TV에서 별 차이가 없던 의상의 색상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되자 출연진들은 의상은 물론 화장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고 뒷배경에도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쇼 무대의 불빛 또한 여러 가지 색상으로 바뀌었으며 보는 사람의 시각적 만족도에 제작진은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농인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농인들은 라디오 시대에는 그야말로 불통의 시대였는데 텔레비전의 시대가 되니 뭔가 좀 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들에게는 변사 없는 무성영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답답하기 그지없는 화면들의 연속이었다. 6-70년대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다가 잠깐 소리가 안 나오면 관객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소리를 지르며 다시 소리가 잘 나오게 해 달라고 항의를 하곤 하였다. 영상기사가 제대로 된 소리를 내보냄으로 갑갑증은 곧 해소되곤 하였다. 그러나 농인의 입장에서는 텔레비전은 변사 없는 무성영화가 계속 돌아가는 셈이다. 이러한 갑갑함을 해결하고자 시도한 것이 화면 밑에 자막을 내보내는 장치를 설치한 것인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화면 밑에 자막이 항시 나오는 방법으로 이는 농인들은 상관이 없지만 청인들에게 있어선 들리는 음성이 자막으로도 나와 거북하게 느끼거나 화면의 밑부분이 자막으로 조금 가려져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자막을 나오게 할 수도 있고 안 나오게 할 수도 있는 폐쇄 자막 방송이 1980년 초 미국에서 시행되어 이제는 웬만한 나라는 많이 이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텔레비전에 소리가 안 나오면 어떤 느낌을 받는가에 대해 청인 학생들에게 써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들은 텔레비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관심있게 보았지만 전혀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하였다.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우니 지루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고 내용을 모르니까 출연진의 외모나 의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분장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보인다고 하였다. 소리 없는 화면을 보는 것은 자연의 소리도 같이 들을 수 없다. 멋있는 풍경에 바람이 부는 소리나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자연을 보는 느낌조차도 청인과는 다르다. 텔레비전에 자막을 넣어주는 일과 더 나아가 수어로 통역해 주는 일은 농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직 많은 프로그램이 자막이나 수어통역이 없는 경우가 있다. 농인들을 위해 자막과 수어통역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 더욱 증대되기를 바라며 정보의 단절로 인해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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