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인생이란 기다림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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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도 전 대학교 4학년 2학기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교실 밖으로 나와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면서 ‘시험이 모두 끝났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소년과 청년 시절을 겪으면서 항상 뇌리에 떠나지 않았던 시험에 대한 강박감을 떨어내는 몸부림이었다. 사실 그동안 학창 시절은 다음 시험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러기에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면서 치른 마지막 시험은 더 이상의 시험이 없다는 안도감에 취했던 순간이었다. 마침 성탄절을 3일 앞에 둔 시점이어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친구들에게 인사하며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만나자는 인사말만 하고 부지런히 교회로 향했다.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교회의 축제를 준비하려고 달려가야 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잘 보았는가를 따지기 전에 ‘이제는 시험이라고는 내 인생에는 없다’라는 단순한 생각만 했다. 그리고 교회에서의 성탄절 준비도 하고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니 그렇게 기대했던 성찬절도 맥없이 지나버리고 온몸을 엄습하는 피곤함만 나를 누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대학을 졸업하면서 학교에서의 시험은 끝났지만 나의 앞길에는 학교 시험에 견줄 수 없는 더욱더 어려운 시험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인생이란 여러 가지 모양으로 펼쳐지는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깨닫기에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하나의 기다림이 끝나면 또 다른 모양의 기다림이 우리를 기다리고 때로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의 기다림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경우도 경험하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이며 숙명인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우리 인생은 끝없이 이어지는 기다림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기다림도 있지만 민족적으로 모두가 함께 염원하는 기다림도 있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 민족이 지닌 통일에 대한 염원은 숙명이랄 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유대인들이 메시아를 기다리는 신앙은 대단하다. 물론 그들은 2천여 년 전에 베들레헴에 나신 구주를 부인하고 심지어는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패륜을 범하면서도 아직도 메시아의 오심을 기다리는 불쌍한 처지에 이르렀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다행히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를 구세주로 믿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죄 사함을 기원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음을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인생이란 기다림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기다림의 결론이 있으면 곧 이어서 새로운 기다림이 이어진다. 간혹 그 기다림이 짧기도 또한 즐거움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힘들고 지루하고 때로는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면서, 많은 고난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이기에 비록 힘이 들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의 해결은 지난 1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의 고통 속에 생활했던 모든 억압적인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예전에 누렸던 평상적인 생활을 누리는 것이다. 비록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고난의 기다림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함께 하신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능히 이를 극복하심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인내를 지니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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