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나그네의 사정을 살피는 디아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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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미국에 살 때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곳에 가면 오래된 한국 비디오테이프와 한국 도서를 볼 수 있어서 아이들과 즐겨 찾곤 하였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교회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게 되었을 때 그때 생각이 나서 다문화권 사람들을 위한 도서관을 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성도들에게 책을 부탁하기도 하며 여러 나라의 책을 모아 도서관 가장 앞부분에 진열하고 각 나라말로 안내서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다문화권 사람들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후에 듣게 된 이야기는 교회 건물 안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이용하지 못하였다고 하였습니다.

2022년 5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는 13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 매체를 통해 언어소통의 문제와 문화적 갈등으로 인한 무시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은즉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출 23:9) 성서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이 나그네를 비롯한 고아와 과부들에게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 나그네들은 다른 민족,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소외와 압제를 받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 역시 애굽에서 나그네였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거주하는 나그네를 긍휼히 여기고 돌보아야 할 대상이라 말씀하십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100여 년의 이민역사를 비롯해 일제 식민지 생활과 전쟁으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가 넘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힘겨운 세월을 경험하며 살아온 우리들은 주변 나그네들의 사정을 살피고 손을 내밀어 그들과 함께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사정’은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의미하는데 보통 ‘사정을 살피다’는 문장을 사용할 때 그가 처한 상황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그네의 ‘사정’에 사용된 히브리어 ‘네페쉬’는 ‘영혼, 생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그네의 사정은 외적인 환경이라기보다는 내면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방 땅에서 나그네로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먼저 살피라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언어소통(24.7%)과 외로움(16.9%)이라 이야기 합니다. 타국에서의 생활이 관계의 문제, 내면의 문제에 있음을 말합니다. 나그네의 사정은 나그네의 마음을 아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나그네의 사정을 이해하는 자가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는 자입니다. 나그네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그들 역시 존중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 이 땅에서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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