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장로교 ‘신편찬송가’ 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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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개신교는 장로교와 감리교가 교파별로 다른 찬송가를 만들어 사용하다가 1908년 통일된 개신교의 《찬숑가》가 출판되었다. 이 찬송가의 1908년 판은 악보 없이 가사만 있는 ‘무곡 찬송가’였고, 1909년 판은 악보가 있는 찬송가였다. 총 262곡이 담긴 이 찬송가는 판을 거듭해서 발행되다가, 23년이 지난 1931년 이를 개정 보충한 314곡의 《신정찬송가》가 발행되었다. 

이 찬송가는 본래 연합정신을 살려서 장로교와 감리교가 함께 사용할 목적으로 출판한 것이었다. 그러나 장로교는 내부 사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기존의 《찬숑가》를 계속 사용하다가, 1935년에 따로 400곡이 담긴 《신편찬송가》를 출판했다. 따라서 《신정찬송가》는 감리교만 사용하게 되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이후에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찬송가까지도 검열하고 통제해 사상적으로 문제 있는 가사를 수정하고 삭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신편찬송가》 1942년 판은 일제에 의해 가사가 수정되고 일부 삭제된 수정판이었다. 1942년 제31회 총회의 보고서에는 ‘9월에 찬미가는 수정해서 출판 허가를 받아 인쇄 중’이라는 종교교육부 보고가 기록되어 있다.

  해방 이후, 다시 한국에 들어온 미국 선교사들은 신앙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예배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이 찬송가의 원형을 급히 복구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1947년, 미국에 남아있던 《신편찬송가》 초판본을 확보해 북미 선교 연합기구인 ‘북미 해외선교회 한국위원회’(Korea Committee of the Foreign Mission Conference of North America)와 ‘교회세계봉사회’(Church World Service)를 통해 미국에서 인쇄한 뒤 한국으로 탁송했다. 

영문 표지에 ‘Printed for Emergency Use’(비상용 판)라고 기재된 점으로 보아, 이 판본은 임시방편으로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수록된 가사는 ‘신편찬송가’ 초판의 내용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1938년의 신철자법에 따른 개정판 가사가 아닌 구(舊)철자법으로 표기되어 있다. 

1947년 제33회 총회(총회장 이자익)에서는 “찬송가 3만 부가 미국에서 도착하면 1만 부는 38 이북 교회로 보내기로 하고, 3만 부를 더 요청하기로”한 종교교육부 헌의안이 있다. 미국에서 제작된 ‘신편찬송가’가 도착해 다시 사용된 것이다. 올해는 ‘신편찬송가’ 발행 9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기념하는 교회도 없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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