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건망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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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딸이 종이 상자들을 끌차에 잘 담아놓았다. 비닐류, 플라스틱류, 종이류 등을 구분해서 담은 비닐 자루들을 힘겹게 들고 끌차를 한 손으로 밀고 내려갔다. 바깥 현관을 나가자마자 옆에 끌차를 세우고 자루들을 들고 가서 분리자루들에 나누어 넣었다. 돌아서는데 봉사원 아저씨가 끌차를 가리키며 손짓한다. 순간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건 내꺼 아니라고 말하고 유유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후에 나갈 일이 생겨서 몇 가지 버릴 것들을 들고 나가는데 그 끌차가 그대로 서 있는 게 아닌가? 저 주인은 누구길래 저렇게 놓아두나? 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다. 다음날 아침에 외출하면서 보니 또 그대로 있다. 버릴 것을 나누어 버리고 돌아서는데 그 끌차에 눈에 익은 상자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예쁜 상자여서 아끼고 있다가 이번에 큰맘 먹고 버린 바로 그 상자였다. 그제서야 ‘기막혀’를 연발하며 서둘러 분리자루에 넣었다. 끌차를 접어들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외출시간이 늦은 걱정보다 내 상태가 더 걱정 되었다. ‘내가 미쳤지’를 연발할 겨를도 없이 히쭉거리며 웃고 있었다.

심각한 상태다 싶으니 어이가 없었다. 아이, 건망증이겠지 하면서도 치매의 그림자가 엿보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어려웠다. 치매센터에 가봐야하나? 전문병원에 찾아가서 진료 받고 약을 먹어야 하나?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아이고 하나님 치매면 뚫어 주세요 라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다가 아니, 이러다가 치매가 정말 나를 뚫고 들어오면 어떡해, 제대로 기도해야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급하게 스쳤다. 하나님 선하게 인도하셔서 저 치매에 붙들리지 않게 해 주세요. 하나님 허락 없이는 털끝 하나 건드려지지 않는 줄 믿습니다. 중얼거리며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다. 건강도 죽고 사는 것도 모두 하나님 소관이지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미리 걱정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오로지 하나님께 선하게 인도하시라고 기도하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허락하시는 대로 순종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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