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적 다양성 속에 균형 이루는 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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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8일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의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었습니다. 그는 과거 페루에서 오랜 선교 경험을 쌓은 인물로 이번 선출은 단순히 한 개인의 등장이 아니라 지역적 다양성과 대표성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약 70% 이상이 남반구, 즉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에 분포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교황청이 추기경 임명과 교황 선출 시 지역별 다양성을 신중히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요한 바오로 2세(폴란드), 베네딕토 16세(독일), 프란치스코(아르헨티나) 등 비유럽권 출신 교황들의 등장은 유럽 중심의 가톨릭에서 벗어나 전 세계 교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인물 한 명의 출신 지역에 그치지 않고, 가톨릭교회가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고, 권력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이는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교회라는 정체성을 구현하는 중요한 길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오랫동안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자원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중앙행정기관 일부를 이전하고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53개의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지역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균형과 공정성을 증진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인 기관 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현실이 존재합니다. 고위 공무원단의 상당수는 여전히 서울·경기·영남권 출신으로 편중되어 있으며, 주요 대학 출신의 비율 역시 높습니다. 이에 정부는 2022년부터 공공기관 채용 시 지역인재 비율을 3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50% 이상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적 자원의 지역 분산과 균형은 우리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본 교단 역시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2025년은 기독교 선교 1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초기 선교사들은 선교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교단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선교지 분할 정책(Comity Agreement)’을 채택했습니다. 서울은 감리교와 장로교가, 평양은 미국 북장로교와 캐나다 장로교가, 전라도는 호주 장로교가, 경상도는 미국 남장로교가, 강원도는 감리교가 중심이 되어 각 지역을 맡아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안배는 당시 급성장하던 한국 교회의 균형 있는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며, 오늘날 교단의 지역 균형과 대표성에 관한 원칙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본 교단은 총회장과 임원 선출 시 전국을 다섯 개 권역(서울강북, 서울강남, 중부, 동부, 서부)으로 구분해 특정 지역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목회자와 장로 간의 균형도 함께 고려해,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가 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한 노회에 유능한 인재가 집중되는 것은 축복이자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교단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특정 지역에 기회가 편중되지 않도록 신중히 조율해야 합니다. 다양한 지역과 계층에서 인재가 고르게 참여할 때, 진정한 의미의 ‘공교회성’이 구현되고, 교단의 통합과 신뢰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제 은퇴해 총회를 한발 물러나 바라보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아픔도 있었지만 교단 어른들의 조정과 배려를 통해 부총회장 후보 뿐만 아니라 지나친 경선을 피하고 후보를 단일화하던 아름다운 전통도 기억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정신이 계속 이어져 거룩한 공교회성을 지키면서 공정한 선거 문화가 정착이 되며, 모든 선거에서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반영되고, 양보와 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역 간의 고른 참여와 균형 있는 대표성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필수 과제입니다. 교회와 사회가 모두에게 신뢰받고 희망을 주는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이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본 교단을 비롯한 한국교회가 앞으로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에 대한 성찰입니다. 공교회 정신을 중심에 두고, 다양성과 균형을 지키는 노력이 우리 모두의 몫임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장병섭 장로

<춘천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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