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음력에 따라 농사를 짓듯, 성도들의 영적 성숙과 경건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교회력(敎會曆)이다. 일반 달력과는 달리 교회력에 따른 예배주제와 성서정과(Lectionary)에 맞춘 기독교 달력이다. 교회력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의 탄생의 약속으로부터 시작해 주님이 재림하실 때까지의 구원 역사 속에 나타나는 중요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교회력은 여러 세기를 통해 물려받은 기독교 유산이다.
구약성경의 절기 전통을 이어받은 초대교회에서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을 ‘주의 날’로 정하고 특별한 성례의 예배를 드렸는데 그런 전통이 이어져 일 년 주기의 교회력이 정착하게 되었다. 교회력은 11월 30일에 가장 가까운 주일인 대림절(Advent)로 시작된다. 이후 성탄절, 주현절 성회수요일, 사순절, 고난주간, 부활절, 성령강림주일, 삼위일체주일 그리고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을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Christ the King Sunday)로 매년 순환하고 있다.
올해 교회력에 의하면 11월 23일(주일)이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Christ the King Sunday)’이다. 영남신학대학교 김명실 교수에 의하면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 처음으로 제정된 것은 1925년 교황 피우세 11세 때였으며 1926년 10월 마지막 주일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고 한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유럽 사회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불신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깊숙했다. 그러다 보니 돈 명예 권력 또는 혈통과 출신성분을 네 편 내 편 가르는 최고의 기준이 되었다. 이런 시대상에 반기를 들고 ‘오직 그리스도만’을 우리의 최고 가치로 역설하는 날이 바로 ‘왕이신 그리스도의 날’이었다. 또한 히틀러의 폭력 앞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떨고 있었을 때에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의 진정한 통치자임을 상기시키기 위해 제정한 것이었다. 성경과 신앙의 선배들은 ‘우리의 왕은 오직 그리스도 예수이시다’라고 선포하고 있다.
한 해가 끝나는 마지막 주일이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정해진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를 왕으로 섬기는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님은 온 우주의 왕이시다. 크고 두려우신 지존하신 왕이시다. 오직 주만이 우리의 진정한 왕이시오 하나님 나라의 왕이심을 알게 하신다.
우리 주님은 세상의 권력자들과는 전혀 다른 왕의 이미지를 보여주셨다. 작은 자를 섬기는 왕(마 25:31-46), 세상 법정에서 잠잠하셨던 왕(요 18:33-37), 십자가 위에 달리신 유대인의 왕(눅 23:33-43). 세상 권력 앞에서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 땅의 순례자들에게 큰 힘과 소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내 삶의 주인이심을 고백하며 이 땅에 진정한 메시아로 오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대망하는 대림절을 맞이해야 한다. 오직 주님만이 나의 왕으로 고백하면서 그분의 다스림으로 인해 세상에 속한 기쁨이 아니라 하늘에 속한 기쁨과 평강과 감사로 물들이는 기쁨의 날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승민 목사
<총회 서기, 원미동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