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4일, 해발 450미터의 7가구가 살고 있는 산골 동네에 새생명전원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당시 대전신학대학교 4학년 1학기 재학 중, 아내와 원주여고 1학년생인 딸과 함께 모두 세 명이 예배드린 것을 시작으로 23년 간 목양해온 이제, 은퇴를 3년 앞두고 있습니다.
새벽, 잿빛 어둠을 뚫고 10평의 원두막 교회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예배를 드리고 나올 때면 밤새 풀잎에 맺힌 이슬이 동쪽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볼 때, 하나님께서 새 하루의 첫 페이지를 조용히 펼치시는 순간 같았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설교’를 자연 속에 숨겨두셨습니다.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은 ‘성장의 은혜’입니다. 전원의 모든 생명은 하루아침에 피어나지 않습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씨앗은 땅속 깊은 곳에서 묵묵히 죽어가는데, 그 죽음의 순간을 지나야 비로소 새 생명이 돋아납니다.
우리의 신앙도 하루아침에 성숙해지는 법은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자아가 죽고, 고집이 꺾이고, 주님 앞에 무릎을 꿇는 작은 순간들이 쌓여 어느날 우리 안에 ‘새생명’이 피어납니다. 겉으로 보기엔 고요해 보이지만, 이 전원 속에는 하나님의 은혜의 이야기들이 조용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전원교회 목회를 하면서 가장 깊이 가슴을 적신 일들은 늦게 피어난 꽃같은 영혼들이었습니다. 장길남 성도는 88세의 고령임에도 복음을 전하자 눈물을 흘리면서 예수님을 영접했고 7년을 더 사시다가 95세에 소천하셨습니다.
변옥례 성도는 90세에 전도를 받고 처음으로 교회에 나오셨습니다. 그 성도님은 알코올중독자인 60대 후반의 큰아들과, 강도에게 머리를 돌로 맞아 40년째 정신이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둘째 아들과 함께 낡고 허름한 집에서 세 명이 힘겹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에 나오고 얼마 후, 꿈속에서 눈이 크고 코가 오뚝하며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분이 찾아오셔서 “너를 도와주러 왔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새생명전원교회는 ‘전원의 들꽃 같은 공동체’입니다. 겨울이 오면 모든 생명이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가지는 앙상해지고, 들판은 텅 비어 있고, 바람은 차갑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봄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때때로 겨울 같은 시간을 지나게 됩니다. 기도가 막히고, 말씀의 감동이 희미해지고, 삶의 문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안에 보이지 않는 ‘봄의 약속’을 숨겨두셨습니다. 주님의 때가 오면 메말랐던 가지에서도 새싹이 돋으며, 죽은 것처럼 보였던 땅에서 새 생명이 피어날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인생에 지금 어떤 계절이 찾아와 있든지 절대로 낙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다시 피어나는 은혜’를 주십니다. 전원은 말이 없지만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 배움 속에서 ‘새 생명’이라는 이름처럼 하나님의 생명과 회복의 역사가 피어나는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도 주님이 주시는 은혜와 햇살을 가득 받으며 한 걸음씩,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신앙의 길을 걸어가시기를 축복합니다.
손태흥 목사
<제천 새생명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