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의 어느 따뜻한 봄날, 성도들과 함께 목사안수를 받기 위해 청주에 갔을 때 일입니다. 아직 쌀쌀한 날씨였지만 햇빛이 성전 유리창을 통해 스며들어와 따뜻하고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주었는데, 마치 하나님께서 따뜻한 손길로 보살펴주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안수 예식이 끝나자 함께 참석한 박씨 아저씨가 처음으로 나를 목회자로 불러주었습니다. 교회 다닌 적이 없었던 그는 항상 나를 “손씨”라고 불렀는데, 2001년 3월 대전신학교에 편입하고 사역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손목사”라고 불러준 것입니다. ‘손씨’에서 ‘손목사’라는 소박한 호칭의 변화는 하나님께서 초대하시는 목회의 길의 시작이었습니다.
7가구가 사는 산골의 빈집에 70세가 넘는 어르신이 9개월을 사시다가 멀리 ‘원박’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가셨는데, 주일에는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예배드리러 오셨습니다. 그분은 장시간 버스를 타고 오면서 시골 버스 운전기사를 전도했고, 그 운전기사는 버스 승객들을 전도해서 함께 새생명전원교회의 성도님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0여 명이 함께 세례받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일은 작은 시골길 위에서 일어났지만, 분명 하늘의 바람이었고 성령의 숨결이 사람들의 마음에 불어넣은 생명의 복음이었습니다. 세월은 잔잔히 시냇물처럼 흘러서 10평의 원두막 교회는 43평의 아름다운 교회로 건축되었고, 어느새 개척 4년 만에 50여 명이 모이는 교회 공동체로 성장했습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작은 씨앗이 자라나서 황량한 들판이 숲으로 변화하듯, 하나님은 작은 씨앗 하나를 보내주셔서 부흥의 숲으로 자라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미자립교회 목회자 대상의 총회 특강 강사가 되었으며, 3년 동안 50여 개 농어촌 지역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며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12월 하나님은 다시 새로운 길을 보여 주셨습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부코바의 카세네 지역, 우간다 접경지에 교회를 세우면서 ‘세계선교사역자 모임’을 발족한 것입니다. 복음의 강물이 국경을 넘어 흐르기 시작해 탄자니아에서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60여 개 교회가 건축되어 그 나라들의 땅 위에 나무들처럼 우뚝 서서 복음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166회에 이르는 ‘세계선교사역자 모임’에서 매월 한 번씩 20여 명이 모여 마른 들판을 촉촉이 적시는 이른 비 같은 말씀을 나누고 함께 찬양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아프리카로 흘러가서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언어, 다른 환경에 살아도 그들의 눈빛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반짝이며 선교의 불길을 피워 올렸습니다.
돌아보면 그 어느 한 방면도 내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 들꽃 하나를 피우는 것도 하나님의 손길이듯, 교회를 세우고, 영혼을 살리고, 나라를 넘어 선교가 확장된 모든 일들은 땅속 깊이 뿌리 내린 나무처럼 주님의 은혜가 붙들어 주시고 키워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들녘에서 피어나 땅끝까지 흐르는 하나님의 숨결”을 잠잠히 바라봅니다. 하나님께서 일으키는 바람은 곳곳마다 부흥을 이루며, 땅끝까지 우리를 보내십니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서, 아프리카의 뜨거운 대지에서도 하나님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분의 부르심을 따라 걸어가는 한 사람, 한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손태흥 목사
<제천 새생명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