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의 전쟁 못지않게 고통스러운 일은 소금과의 전쟁이다. 성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g이면 족하다고 한다. 1g은 야채의 자연 함유량이다. 체내 염분 1g은 물 200g을 붙들고 있단다. 따라서 간경변 환자는 저염식 내지 무염식만이 살길이다. 미역은 고염분 식품으로 일일 염분 허용치를 넘는다. 김치도 안 되고 된장국도 안 된다. 양념된 어떤 음식도 금기다. 5년을 넘게 김치를 외면하고 살았다. 정히 먹고 싶으면 ‘특별한 싱건 김치’를 담구어 먹었다. 열무를 생수에 담근 김치다. 숨이 죽지 않은 열무는 며칠이 지나도 기운이 살아 있는 게처럼 펄펄하다.
간(肝)에 유익하면서 소금 없이 삶아 음식을 먹어야 했다. 살짝 데친 버섯이나 생더덕, 생두부, 쌈장 없는 상추쌈 등 밍밍한 음식에 쉽게 길들여지지 않았다. 무염식을 익히는 데 2년이 걸렸다. 훈련은 잔혹했다. 하루 세 끼 식사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 차라리 공포다. 한 술 한 술이 고역이다. 욱욱거리며 욕지기를 하느니 차라리 식사를 거르는 편이 낫다. 살이 쑥쑥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중은 늘어났다. 복수의 무게가 늘어난 것이다. 무염식을 준수한다 해도 복수가 감소되지는 않지만, 무염식을 어기면 차오르는 복수를 감당할 길이 없다.
무염식은 미각에 대한 도전이고 극기의 테스트다. 무염식은 입안의 싸움이다. 혀끝에서 목구멍까지의 싸움이다. 4~5cm의 통과가 대학입시보다 어렵다. 알근한 풋고추를 씹어 미각점을 마비시키는 것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알땀 맺히는 고추의 자극성이 건강에 해가 된다 해도 어쩔 방도가 없다. 식도락이나 미식가는 사치며 허영이다. (다음회 계속)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