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광야에서 피어나는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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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송학면 오미리 산 55-3번지에 원두막 교회를 개척한 후, 아내와 딸이 이사를 와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미여고에 다니던 딸을 교회와 가까운 원주여고로 전학시키려고 했는데, 교감 선생님은 딸의 성적표를 보며 조심스레 말씀하셨습니다. “대학 입시에 내신 성적이 중요하니 원주여고보다는 북원주여고를 추천합니다.” 

당시 원주여고는 전국 모의고사 평균이 320점대였는데 딸의 점수는 불과 276점이었고, 내신성적이 우가 3개, 미가 5개였고 ‘수’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보다 가까운 원주여고로 전학시키고, 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다니엘의 지혜가 임하도록 기도하며 딸의 앞날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그런데 딸이 원주여고 2학년 때 개천절, 집에 와 있을 때였습니다. 오후 3시쯤 밖에 있던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나가보니 딸의 얼굴이 이마는 찢어져 피가 흐르고 앞니는 부러져 덜렁거리고 얼굴은 반쪽이 부어올라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의 뒷바퀴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을 모르고 딸이 자전거를 탔다가, 급경사에서 앞바퀴만 급정거하자 자전거가 180도 회전하며 쓰러졌고, 얼굴이 아스팔트에 부딪치며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택시 기사가 발견해 흔들어 깨워서 집으로 걸어온 것입니다.

몇 분 사이에 우리 집은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옷을 챙겨 입고 딸을 트럭에 태워서 막 출발하려는데, 소식을 듣고 달려오신 김 집사님이 승용차로 원주기독병원까지 태워다주셨습니다. 다행히도 CT 촬영에서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으며, 병원비 60만 원도 김 집사님이 부담해 주셔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딸이 원주여고를 졸업하게 되었고, 같은 날 본인도 서울장신대학원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어디로 참석할까 고민하다가 딸의 졸업식에 참석했는데, 딸이 최고의 성적우수자에게 주는 상장과 장학금을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딸은 고등학교 3학년 때도 학교앞 명륜감리교회 새벽기도를 지켰으며, 토요일이면 원주에서 제천까지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와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한 딸의 기도와 예배를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고 상주신 열매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이후 딸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장신대학교, 장신대학원, 보스턴 대학원 등을 졸업했고 특히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는 4.0 만점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딸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박사 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미국에서 교육 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광야의 길은 주님의 은혜가 없다면 단 한 순간도 걸을 수 없는 길입니다. 누구나 교회를 개척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광야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이 꽃을 피우시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광야를 메마른 땅이라 말하지만 하나님은 그 땅에서 인내를 꽃 피우게 하시고 절망의 골짜기에서 희망의 물줄기를 내십니다. 

딸의 공부 이야기는 단순한 성취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이 막힌 길을 여시며 우리 가정을 빚어오신 발자국들입니다. 길이 없어 눈물 흘렸던 그 광야의 끝자락, 그 끝이 하나님이 꽃을 피우시는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손태흥 목사

<제천 새생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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