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함께 웃고 울며 예배드리는 아름다운 신앙의 집
교회에서는 70세가 되면 직분을 내려놓고 은퇴하게 된다. 어떤 분들은 오랜 시간 메고 있던 멍에를 내려놓으며 “이제야 홀가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익숙했던 사명을 떠나는 아쉬움과 서글픔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단순히 직분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앙 여정 속에서 감당하던 역할이 마무리된다는 깊은 정서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올해로 창립 77주년을 맞는 전통 있는 장년의 교회다. 75세 이상의 어르신만 해도 750명에 이르는 어르신이 많은 교회에 속한다. ‘어르신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교회가 너무 노쇠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교회를 피상적으로만 보는 시각일 것이다. 어르신이 많은 교회는 단순히 나이 든 교회가 아니라, 세월이 켜켜이 쌓아 올린 기도의 역사와 신앙의 눈물이 스며 있는 영적 토양이 깊은 교회라 할 수 있다.
사실 교회의 영적 견고함은 화려함이나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세월 속에서 주님을 붙들어 온 성도들의 믿음, 무릎으로 쌓아 올린 중보기도의 탑, 자녀와 손주를 위해 올린 간구들이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 교회를 지탱한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살아 있는 신앙의 역사서이며, 기도의 증인이며, 공동체를 감싸는 영적 울타리다. 이런 기도의 어른들이 많다는 것은 결코 약점이 아니라 교회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필자가 처음 이 교회에 발을 디딘 것은 40년 전이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그저 ‘이방인’에 가깝게 조용히 예배만 드리는 성도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어느새 우리 가정은 이 공동체의 중심에서 봉사하는 가족이 되었다. 3형제가 장로로, 안수집사로, 권사로, 또 교사와 찬양대와 반주자로 섬기며 교회의 몸된 지체가 되었다. 처음에는 외부인이었던 우리가 어느새 교회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우리를 보아 주시고 밀어 주시고 기도해 주신 어르신들의 신앙의 전통 덕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어르신이 많은 교회는 소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보다 큰 희망을 품고 있는 교회라고. 젊음은 속도와 에너지를 주지만, 연륜은 방향과 지혜를 준다. 젊은 세대가 비전을 외치며 전진할 때, 어르신들은 깊이 있는 기도와 묵묵한 후원으로 뒤에서 밀어 주신다. 이 두 세대가 함께 어울릴 때 교회는 균형을 이루며 더욱 건강하게 서 갈 수 있다.
교회는 원래 세대가 함께 신앙을 이어가는 공동체였다. 할아버지의 믿음을 아버지가 이어받고, 아버지의 믿음을 자녀가 이어받는 것이 성경적 흐름이다. 그런 면에서 어르신과 젊은이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는 마치 천국의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하다. 세대 간의 단절이 아니라 연결, 경쟁이 아니라 협력, 독립이 아니라 동행의 모습이 교회 안에서 이뤄질 때, 그 교회는 어느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많은 교회는 희망이 있는가?” 답은 분명하다.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아주 크다. 기도의 어르신을 잃지 않는 교회, 젊은 세대가 신앙의 뿌리를 배워가는 교회, 세대가 함께 예배하는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교회다.
우리의 공동체가 앞으로도 세대가 함께 웃고 울며 예배드리는 아름다운 신앙의 집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은퇴한 어르신들이 새로운 부담을 내려놓는 대신, 더욱 깊은 기도의 사명을 감당하며 교회의 든든한 기초가 되어 주시기를 기대한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