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행복한 아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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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은 참으로 험난하고 어려웠다. 어두운 밤에 높은 산, 넓고 깊은 개울도 건너야 하는 무섭고 위험한 길이었다고 생각된다. 산 속에서는 짐승 소리가 들려오고 차갑게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온 몸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노인이 준 큰 작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개울물을 무사히 건넜지만 아무리 가도 마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 가다보니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때 마을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일부러 휘파람을 불면서 소리도 질러보았다. 내 휘파람 소리를 개가 듣고 짖으면 마을이 더욱 가까운 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면갈수록 개 짖는 소리는 더 가까이 들려왔다. 차츰 개 짖는 소리는 이곳 저곳으로부터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한 마리 개가 짖으니까 그 동네 개들이 다 함께 짖어대는 것이었다.

‘이제는 됐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고 용기와 힘을 내서 마을 쪽으로 향했다. 마을은 가까워지고 개 짖는 소리는 바로 내 앞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분명히 개 있는 곳이 대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쪽으로 향했다. 당시의 대문은 오늘날처럼 철이나 나무로 된 것이 아니라 수수깡이나 짚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분간하기가 참 어려웠다.

“여보세요. 사람 살려주세요! 좀 도와주세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개만 짖고 인기척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어딘가에 그 무엇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조심조심 마을을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사람 소리가 오순도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됐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고 그리고 찾아가서 “저를 좀 도와주세요. 좀 살려주세요. 저는 얻어먹는 거지소년입니다. 잘 곳이 없어 이렇게 이 밤을 헤매고 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곳은 바로 조금 전 노인이 일러준 사랑방이었다. 그 마을의 모든 노인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며 도토리묵을 사다가 밤참으로 한창 즐기고 있는 순간이었다.

노인이 문을 열고, “도대체 넌 누구냐, 왜 이렇게 밤에 다니냐,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자신을 소상하게 소개했다.

“저를 하루 저녁만 재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둑질할 사람도 아니고, 저는 앞을 못 봅니다.”

노인 한 분이 한참 듣더니 들어오라고 했다. 먹던 묵 한 그릇도 주시며 얘기도 시켜보고 하시더니 “얘, 너 참 똑똑하구나. 어떻게 하다 그렇게 눈이 안 보이게 됐냐”고 물으셨다. 나는 모든 얘기를 다 들려드렸다.

그곳에 있던 연세 많은 노인이 “너 인상도 좋고 얼굴에 밥도 붙었는데 앞으로 분명히 넌 잘 살겠다. 큰 사람 되겠다” 하시면서 관상까지 봐 주시는 것이었다.

그분들과 얘기하다 보니 밤은 깊어만 갔다. 한 분 한 분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만 남아 따뜻한 사랑방에서 그 밤을 푹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집 주인은 대야에다 더운물을 주면서 세수도 하고 발도 씻으라고 따뜻한 온정을 내게 베푸셨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얼굴을 씻고 발을 씻으니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뜨거운 뭇국에 쌀밥 한 그릇을 말아서 배추김치와 함께 푸짐한 대접을 받았다. 한 번도 안 신어 본 버선 한 켤레와 위에 입을 수 있는 옷 한 벌을 주시면서 가는 길에 조심하라고 당부까지 하셨다.

내가 그렇게 추운 밤을 시골 사랑방에서 잘 수 있었던 것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마을이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그 곳으로 찾아갔기 때문에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개 짖는 소리도 천사 소리와 같이 소중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리는 보통 사리에 맞지 않거나 기분이 언짢으면 개를 빙자해서 개소리 말라고 한다. 그러나 개는 밤에 도둑이 오는 것도 주인에게 알려주고, 나처럼 길 잃고 방황하는 거지에게는 천사의 소리처럼 아름다운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나는 개소리도 천사의 소리가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들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불’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집에 불이 나면 집도 생명도 모두 불태워 버리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홍수가 나면 재산 모두가 물에 의해 다 쓸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강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강도는 가져갈 것 다 가져가고 마지막에는 사람의 생명까지 해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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