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선교-소명이 사이렌] 광야에 거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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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된 ‘신의 악단’이 현재 기준 관객 70만 명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주요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 특징이다. 즉,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이 국제사회의 2억 달러 지원을 얻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서 보위부가 당의 명령을 받고 북한 최초의 가짜 찬양단을 만드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스토리는 전개된다. 가짜로 시작된 찬양단이 진짜 복음으로 사랑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파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상영 중에 흘러나오는 “광야를 지나며”가사가 오늘따라 나의 심금을 울리는 메아리로 다가온다. 그 내용에는“나를 낮아지게 세상 어디도 기댈 곳이 없게 하셨네. 광야에 서 있네.”라고 노래 부른다. 이제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상황을 주님께 내어놓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른다. 찬양의 가사는 이 신학을 삶의 언어로 풀어낸다. “주님만 내 도움이 되시고, 주님만 내 빛이 되시는, 주님만 내 친구 되시는 광야.”라는 것에서 광야의 본질은 고독이 아니라 집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1987년 병무청의 방위판정을 거부하고 육군현역을 지원해 논산훈련소에 어느 강추위 속에서 연병장 훈련을 받을 때 뜨거운 눈물 흘리며 불렀던 찬송이 95장 “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이다. 그 당시 마음에 다가온 감정이 광야에 혼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오직 주님만 붙잡고 나아가야 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의지할 대상이 하나로 정리되는 곳, 그래서 “주님 손 놓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자리 이다. 이때 신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된다. 광야를 지나며 우리는 부서진다. 즉,“내 자아가 산산이 깨지고, 높아지려 했던 내 꿈도 주님 앞에 내어놓고.” 이 파괴는 절망이 아니라 정결의 과정이다. 찬양의 가사가 고백하듯, 하나님은 우리를 사용하시기 전에 먼저 우리를 정결케 만드신다. 광야는 성령이 우리 영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산실이다. 이전의 나로는 갈 수 없는 길을 가게 하시기 위해, 이전의 나를 내려놓게 하신다.

과거에 119구조대장으로서 대원들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전기가 끊기고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쓰러진 시민이 넓은 건물 내부의 어디에 있을지 모른 채 인명 검색하느라 건물 깊숙이 진입해 활동할 때의 심정도 혼자 광야를 거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왜 나를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두시는지,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길었는지.”이 고백은 신앙의 가장 솔직한 질문이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믿음이 있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다. 기댈 곳 하나 남지 않은 자리, 세상 어디에도 손을 뻗을 수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광야에 서 있네’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성경에서 광야는 버림의 장소가 아니다. 하나님이 침묵하신 듯 보이지만, 가장 깊이 일하시는 자리이다. 이사야서 43장에서는 바벨론 포로라는 역사적 광야 한가운데서 하나님이 이렇게 선언하신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라고 하신다. 여기에서 광야는 끝이 아니라 새 일의 시작점이다. 과거의 절망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인 것이다. 인간의 계산과 경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자리에서, 하나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길을 여신다.

호세아서 2장은 더 나아간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회복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들을 광야로 이끄신다. 또한 “그러므로 내가 그를 타일러 거친 들로 데리고 가서 말로 위로하리라.” 광야는 징벌의 공간이 아니라 관계 회복의 공간이 된다. 모든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서, 하나님은 다시 말씀하신다. 풍요 속에서는 들리지 않던 음성이, 결핍 속에서는 또렷이 귓가에 들린다.

광야에 거할지라도 우리는 버려진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선명하게 불리는 존재다. 길이 없어 보일 때 길을 내시는 하나님, 말씀이 끊긴 것 같을 때 다시 말을 거시는 하나님이 그곳에 계신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광야가 끝이 아니라면, 이곳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부르심의 증표이다. 광야를 지나며 결국 우리를 통해 드러나야 할 것은 단 하나, 오직 주님뿐이라는 사실이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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