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봄날 같은 따뜻함 이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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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영하의 날씨가 어깨를 잔뜩 움츠러들게 하지만 그래도 봄이다. 나뭇가지 끝이 달라지고 연노란 기운이 물안개처럼 눈을 아스라하게 만든다. 입춘. 옛사람들의 예지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다. 봄이 섰다면 걸어올 것이 아니던가. 그래 나도 일어서 걷자.

80 중반이면 어떻고 90을 바라보는 언덕에 올랐으면 어떠랴. 아직 이만한 건강을 허락받았다면 무엇인가 열심히 해야 한다. 살아있는 동안은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살아있음에 대한 의무이고 예의일 테니 말이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의 순환을 보면서 삶을 생각하고 자신의 족적을 뒤돌아보며 성찰할 수 있는 것도 복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태어난 것 또한 대단한 축복이다. 

무서운 추위 속에서도 나무들은 어김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오늘을 맞이한다. 사람만이 유독 추위를 피하는 온갖 방법을 다 써가며 편안하고 따스한 곳만 골라 칩거하고 지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기야 호강스러운 소리인걸 잊고 사는 시대인 것 같다. 몇십 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버스도 춥고 옷도 시원치 않으니 몹시 추운 겨울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요즘이야 입성이 좋고 냉난방이 해결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니 추위가 훨씬 덜하게 느껴질 뿐인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야 집에 난방도 시원치 않고 외풍도 심하니 얼마나 힘들겠냐만은 대부분은 그런 일에 관심도 없다. 우선 내 등이 따뜻하니 그것으로 그만이다. 이제 힘든 이웃에게 눈을 돌리자. 며칠 전이 설이었다. 개인적으로야 음력 설을 반대하는 것이 소신이지만 어찌 됐건 여러 날의 휴일을 보냈다. 고향으로 여행으로 온통 법석이었다.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대접할 이웃을 찾아보는 것도 이럴 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봄이면 우리는 아무것도 한 일 없어도 자연이 벌이는 꽃잔치에 초대되어 온갖 눈호강을 다 하지 않는가? 우리 사람도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웃이라도 나보다 어려우면 이럴 때 따뜻함을 함께 나누고 즐겼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가르침 이웃 사랑이 꼭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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