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살짝 베인 것도 이렇게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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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한가운데다. 이 기간만이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 아픔에 마을을 모아야 하건만 무슨 영문인지 일상에 쫓겨 까맣게 잊고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참으로 죄송한 일이지만 솔직한 고백이다. 아침에 발톱을 깎다가 엄지발가락 옆의 살을 살짝 잘랐다. 늙으니 발톱도 사나워져서 일반 손톱깎이로 잘 안 잘라지는데 전철 안에서 새로운 발톱깎이라고 선전하기에 사들고 왔다. 이것은 잘 잘라지도록 모형도 좀 다르게 해서 좋기는 한데 실수를 하면 크게 다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세상일은 모두 양면이 있기 마련 아니던가? 

조심스레 한다고 신경을 썼건만 아차 하는 순간 내 손으로 내 살을 잘라내고 말았다. 아주 미세한 상처가 났건만 쓰리고 아프다. 약을 찾아 바르고 덧나지 않게 해 주시라고 기도하다가 문득 예수님이 떠올랐다. 이렇게 작은 상처도 아픈데 손과 발에 못이 박힐 때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그저 십자가의 고통이라는 말을 입으로만 했지 마음으로 해 보았던 기억이 없는 것 아닌가 싶으니 갑자기 내 몸이 아주 개미같이 작아지며 어디로 없어져 버렸으면 좋을 것 같은 마음이 되어 머리를 조아렸다. 

예수님 이렇게 눈곱만한 상처도 아프고 쓰라린데 십자가에 달리실 때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셨겠습니까? 그것도 아무 죄도 없으신 분이 우리들의 죄를 사하셔서 구원에 이르게 하시려고 대신 몸을 던지셨으니 그 은혜를 무엇에 비교하리이까? 이 어리석은 아낙은 그저 사순절이라고 입으로만 되뇌고 살았으니 그 죄 또한 무엇으로 탕감하오리까?

사순절에 주일마다 색깔 초를 켜고 예수님을 묵상하고 하는 것으로 다 된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요. 그 기간 동안만이라도 예수님의 고통과 은혜를 깊이 묵상하지 못하고 지내 온 시간들을 참회하며 깊이 회개해야 하는데 그 또한 잠시 잠깐이니 이 죄인을 어이하오리이까.

 귀하신 몸 죽으심으로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하신 그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오리이까? 우리 인간들이 할 일은 아무것도 아닌 진정한 회개와 순종이면 족할 텐데 그것도 못하다니요? 주님 죄인임을 깨닫게 해 주신 은혜 감사하오며 두 손 놓고 무조건 순종하는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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