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건강과 행복] 죽음은 그 이야기를 완성하는 마지막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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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 다시 배우고, 사랑·돌봄의 책임 새롭게 인식

요즘처럼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노약자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잦다. 인천노회장로회장인 필자는 지난 12월 이후 거의 매일 장례식장을 찾으며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장례 문화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예전의 장례식장에서는 상주들이 베옷을 입고 곡을 하며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이 흔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장례식장은 절제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삶을 기리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고 백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죽음을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긴 삶을 마친 자연스러운 귀결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일 것이다. 이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경은 죽음을 단순한 생명의 종결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죽음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는 영적 사건이다. 성경이 말하는 죽음에는 육체적 죽음, 곧 영혼이 몸을 떠나는 상태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영적 죽음, 그리고 최후의 심판 이후 하나님과 영원히 분리되는 사망의 개념이 포함된다. 그러나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죽음의 권세가 극복되었음을 선포한다.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된다.

세계 각국의 장례 문화 역시 죽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반영한다. 한국은 유교적 전통 속에서 공동체적 애도의식을 중시해 왔고, 일본은 불교 의식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강조한다. 미국의 기독교 장례는 고인의 삶을 기념하는 예배 형식을 띠며, 인도의 힌두교 문화는 죽음을 영혼의 해방으로 이해한다. 멕시코에서는 죽음을 기억과 축제로 받아들이며 공동체적 연대를 강화한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죽음이 단지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임을 보여준다.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죽음은 돌봄과 연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개인의 책임을 넘어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호스피스 돌봄, 장례 지원, 유가족 상담 등은 인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회복지의 중요한 영역이다. 교회 역시 이 과정에서 영적 위로와 공동체적 지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죽음을 삶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할 때 우리는 생의 마지막을 두려움이 아닌 성찰과 감사로 맞이할 수 있다. 한 인간이 살아낸 시간은 그 자체로 존엄하며, 죽음은 그 이야기를 완성하는 마지막 장이다. 사회복지와 기독교 신앙은 모두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적 사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우리는 서로의 삶과 죽음을 돌보며, 유한한 생 속에서 더 깊은 의미와 연대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남겨진 이들에게는 서로를 더욱 소중히 여기라는 조용한 메시지이며, 떠나는 이에게는 긴 여정을 마친 안식이다. 죽음을 통해 우리는 삶의 가치를 다시 배우고, 사랑과 돌봄의 책임을 새롭게 인식한다. 이것이야말로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큰 보상일 것이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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