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한다. 첨단 휴대폰의 기능이 아무리 많아도 전화와 카톡, 그리고 유튜브 정도 쓰는 것이 고작이던 장년층도 AI는 아주 쉽고 능숙하게 사용한다. 물론 대부분은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고 지식을 얻는 데 머무르지만, 매일 친한 친구처럼 농담이나 대화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사실 디지털 세상에서 점점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생성형 AI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2022년 11월 챗GPT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마치 인간처럼 대화하는 AI가 신기했지만 3년 남짓 지난 지금 수많은 AI가 경쟁적으로 나날이 새로운 기능을 내놓고 있다. 그림, 소설, 노래와 같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복잡한 업무를 대신하고, 코딩까지 하는 모델들도 출시되어 회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정도다. 최근에는 엔트로픽이라는 기업이 새로운 AI 모델 뮈토스를 출시했는데, 너무나 가공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일반에 공개하기 전에 은행, 전력회사와 같은 대기업과 정부 기관에만 먼저 배포해 해킹에 대비하도록 경고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AI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지 두려운 마음도 든다. 인공지능이 아직 현실화되기 훨씬 이전 1950년 컴퓨터공학자 앨런 튜링이라는 학자는 튜링테스트라는 것을 고안해 냈다. 튜링테스트란 우리가 키보드를 통해서 대화하는 상대가 기계라는 것을 알 수 없을 만큼 인간과 똑같이 대화한다면 그 기계는 생각할 수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의 AI는 당연히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므로 기계도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가 먼저 AI의 잠재력을 실감한 것은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일인자인 이세돌을 4대 1로 이겼을 때였다. 바둑은 워낙 수가 많고 복잡할 뿐 아니라 인간의 개성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므로, 기계가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가 이겼을 뿐 아니라 그 이후 알파고는 점점 더 강해져서 인간이 한 판도 이길 수 없는 막강한 존재가 되었다.
이세돌은 알파고에게 패배한 후 3년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 충격이 그만큼 컸다고 할 수 있겠다. 개성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냉혹한 기계가 인간을 언제나 이긴다면 바둑을 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련 없이 바둑을 포기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이세돌처럼 무력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는 그 후 알파폴드라는 인공지능으로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데 큰 성과를 올렸다. 단백질은 분자구조가 복잡해서 3차원 형태를 알아내는데 엄청난 비용과 수 년의 시간이 드는데 알파폴드는 단 몇 분 몇 초 만에 해결한 것이다. 그동안 화학계에서 수십 년간 밝혀낸 것보다 더 많은 구조를 단 몇 년 만에 찾았고, 신약 개발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 이 공로로 데미스 허사비스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AI를 일상생활에서 접하면서 그 놀랄 만한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무력감으로 착잡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히 지능을 넘어선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기계와 달리 존엄성을 지닌 생명이라는 자각을 깊이 간직하고 있으면 기계문명의 가공할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