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미국 ‘프리웨이’의 ‘프리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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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리웨이(freeway)’는 ‘고속도로’를 말하는데 한 미국인의 설명에 의하면 ‘프리웨이’는 입체교차로(立體交叉路)의 구조로 되어 있어서 ‘정지신호가 없고(free of signal)’ 또 ‘요금이 없는(free of charge)’ 도로여서 ‘프리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예외적으로 플로리다를 비롯 몇 개의 주에는 요금소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의 주에서는 고속도로 요금을 받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의 프리웨이를 타고 여행하다보면 이따금씩 휴게소에 ‘FREE COFFEE’라고 적힌 사인(sign)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시간에 걸쳐 자동차를 운전하고 온 여행객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의 선물은 그 커피의 따뜻한 온도만큼이나 따뜻한 환영의 뜻이 담겨져 있다. 대개 은퇴한 노인들이 무료한 시간을 이용하여 손수 만든 쿠키와 손수 끓인 커피를 휴게소 한 모퉁이에 차려놓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것인데 이런 일은 접대를 하는 쪽이나 접대를 받는 쪽 모두에게 적지 않은 기쁨이 된다. 그들도 하루 종일 집에서 우두커니 TV만 켜놓고 시간을 보내노라면 얼마나 따분할 것인가!

노인친구끼리 또는 노인부부끼리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커피와 쿠키를 대접하면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묻기도 하고 자기 동네의 자랑거리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또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자식 자랑도 늘어놓는다. 대화하는 양쪽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어느새 백년지기(百年知己)가 된다. 자기들이 경험한 공통적인 화제를 찾아내어 열심히 이야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얼른 헤어질 생각도 않는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기쁜 화제를 엿듣게도 되고 행복한 미소를 발견하게도 된다. 대접을 받는 여행객들은 자의(自意)에 따라 1달러 정도의 작은 기부금을 모금함에 넣는다. 대접하는 쪽에서는 한 주전자의 커피와 손수 만든 쿠키로 수십 명을 기쁘게 할 수 있으니 보람 있는 자원봉사가 될 것이다.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감사의 인사만으로도 적지 않은 양의 ‘엔돌핀’이 분비될 터인즉, 이미 본전은 빼고도 남는 장사가 된다. 어디 그뿐이랴? 친절한 접대를 받는 여행객들 사이에 그 동네의 좋은 소문과 이름이 퍼지고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도 간단한 봉사를 통해 노후의 한가한 여가를 선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요, 일석이조가 된다.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도 기쁠 터인데 자기 자신이 그 기쁨의 원천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보람되고 자랑스러울 것인가. 모름지기 사람이 늙어서는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素材)가 많아야 하리라. 

미국이라고 해서 왜 나쁜 사람이 없을까마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들의 마음 밑바닥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사려 깊은 ‘맏형정신(Big Brotherhood)’이 살아 있음을 보게 되니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니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귀감이 된다. 이러한 인정 넘치는 정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기만 하면 인류가 전쟁을 억제하고 함께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지상최대의 과제’는 저절로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성경(롬 12:13)에는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손 대접하기’를 힘써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이 땅에서 나그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증표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떠오르는 성구가 있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 13:2)” 창세기(18장)에 보면 아브라함이 그의 장막문 앞에 앉아 있다가 나그네 세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떡과 고기로 대접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 세 명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들이었다.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한 아브라함이 겪은 일이다. 나를 찾아온 가난한 손님, 외로운 나그네, 그가 바로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요, 평소에 우리가 접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예수님이 계시다는 마음으로 손을 대접하라는 뜻일 것이다. 아마도 오늘 예수님이 오신다면 분명 소외된 자들의 모습으로 오실 것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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