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잔소리 들을 때가 그래도 좋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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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잔소리를 황혼의 멜로디라고도 한다. 내용이 없고 필요없는 헛소리라는 것이다. 잔소리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늙어갈수록 잔소리가 많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잔소리와 조언은 다르다.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말을 들으면 조언이 된다. 그러나 필요없는 말은 잔소리가 된다. 필요없는 충고나 간섭은 잔소리다. 유익함과 깨달음을 가져다 주는 말은 소통이다. 똑같은 말도 좋은 사람이 하면 조언이다. 싫은 사람이 말하면 잔소리다. 잔소리와 조언의 구분은 말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 생각과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화자와 관계없이 청자의 수용여부에 따라 결정된다.(not teller, but listener) 열린 생각으로 듣느냐? 폐쇄적인 생각으로 듣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똑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잔소리가 될 수 있고 조언이 될 수 있다. 그래 말하는 데에는 말의 빈도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나설자리와 나설 때를 분별 못하면 푼수가 된다. 아니면 고나리질이 되거나 T.M.I (Too Much Information) 함정에 빠지게 된다. 

나는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줄 몰랐다. 어느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발치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남편의 양말을 보고 “여보, 양말 좀 빨래통에 갖다 넣어요” 했다. 남편이 나를 보더니 “당신 눈 떴어?” 하고 짓궂게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오, 정말 내가 눈 뜨자마자 남편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나 보다. “눈만 뜨면 잔소리야?”라고 꽥 소리 지를 수도 있는데 “당신 눈떴어?” 하고 슬쩍 짓궂게 말하니 웃음이 터졌던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에 대처하는 남편의 단수가 높아졌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계속 남편을 가르치고 훈련해서 정리 정돈이 습관이 되게 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내 남편은 어질러놓는 명수다. 가히 달인급이다. 흩트려놓은 은사가 있다. 깔끔하게 청소한 목욕탕에도 들어가자마자 온통 물세례를 퍼붓고 나온다. 우리 집에는 모든 물건이 다 바닥에 깔려 있거나 치쌓여 있다. 신문 보고 일어선 자리에도 낱장으로 마루에 흐트러져 있다. 식탁의 5개 의자마다 옷이 걸려 있다. 문고리에도 걸고 문 위에도 건다. 치워 놔도 그때뿐이다. 그러니 내가 잔소리를 안 할 수 없다. 잔소리한다고 좋아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한번은 성경을 읽는데 “소가 없으면 구유가 깨끗하려니와 소로 인하여 얻는 것도 많으니라” 하는 말씀이 마음에 울림이 되었다. 그래, 남편이 없으면 집안도 깔끔하고 깨끗하겠지. 그러나 남편 때문에 얻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 때문에 죽고 사는 것도 아닌데 이젠 “죽고 사는 문제 아니라면 그냥 지나가자” 라고 결심했다. 그런데도 잘 안 된다.

아내의 잔소리에 질렸을 내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잔소리에 관한 연구발표가 있다.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남편이 그렇지 않은 남편보다 장수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한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 두뇌 회전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항상 자극과 긴장이 되어 치매도 늦게 오고 장수한다는 것이다. 메기효과 또는 청어이론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배우자 잔소리에 토 달지 말고 감사해야겠다. 잔소리 들을 수 있을 때가 그래도 좋은 때다. 얼마 있으면 힘이 없어 잔소리할 수도 없는 날이 온다. 그리고 잔소리 하는 사람이 없는 때가 온다.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잔소리추방대책위원장인 내 남편한테 잔소리를 한다. 내 남편을 사랑하니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도록!

김영숙 권사

• (사)가정문화원 원장

• 반포교회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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