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하나님의 허락을 받고 있는가?

Google+ LinkedIn Katalk +

‘정보’ 하면 예전에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비밀스런 것, 예컨대 적의 동향이나 고위층의 비위 또는 산업계의 은밀한 계획 같은 것으로 60년대의 ‘중앙정보부’가 대표하는 그런 뜻이었던 것이 이제는 ‘정보화 사회’라는 식으로 사용되면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두뇌에서 두뇌로 전달되는 일체의 사실을 망라한다. 그래서 인간사회에 유통되는 ‘정보’의 양은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글, 소리, 영상으로 된 모든 정보가 오늘날 소위 디지털 데이터로 분해되어 전기로 작동하는 온갖 기기를 타고 무제한 전파되고있다. 

예전에 우주공간을 광대무변이라고 했듯이 오늘의 디지털 세계는 성경 속의 無底坑, Abyss처럼 어디 붙잡을 데 없는 무시무시한 무형의 이미지로 내게 다가온다. 

여기서 이탈하고 제외되는 사람은 비록 조직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남아있는다 하더라도 의사결정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없고 스스로를 장애물로 여기게 된다. 따라가기 위해서 아무리 애를 쓴들 변화하고 발전하는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다.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또 나이는 들었으나 특출한 능력의 사람들이 선두에서 첨단 산업을 일으키고 운영하며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고 먹여 살리니 그들에게 고마우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GPS가 등장하고 자동차마다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다니기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났다. 

이젠 해외여행 중에 한국어로 나오는 내비를 렌터카에 달고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닐 수 있게 됐다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시내 골목안에서 어떻게 50미터 앞에 과속방지턱이 연거푸 나오니 주의하라고 이 기계가 알려주게 되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자동차 엔진이나 브레이크 나아가 오디오 시스템의 작동이치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해를 하고 있지만 이젠 모든 차가 가진 컴퓨터 장치에 대하여는 까맣게 무지하다. 거기에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곧 굴러다닐 모양이니 이 가공할 물건에 내 육신을 온통 맡기고 돌아다닐 날이 다가오는 것이다. 

암호화폐라는게 나타나서 경제세상에 자리를 넓혀 가는데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이런 것에도 언젠가 올라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유혹이 따라다닌다. 

무엇을 배워가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필요하고 삶에 의미를 더하는 것이니 불평만 하지 말고 한가지라도 더 알려고 계속 노력할 일이다. 높은 자리에만 있어서 스스로 컴퓨터 자판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은 측은하지만 어느 소설가처럼 자신의 영혼을 담아내려면 육필원고라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도 존경스럽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바라보면 현기증이 나면서도 재미있다. 

오픈AI사가 챗GPT를 출시했다고 난리가 났기에 나도 그놈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고는 이내 실망하고 말았지만 능력은 급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어느 목사님 말씀이 설교 제목과 성경말씀을 주니 30분 가까이 전할 내용이 올라오더라고 한다. 대학에서는 학생과 교수가 다같이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이를 선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라고 하지만 각종 질문이 어떻게 순식간에 똘똘한 답으로 돌아 나오는지 상상이 안된다. 

지금까지의 변화속도를 보면 오늘의 디지털 문명이 어디로 어떻게 발전해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의 허락이 그 한계라고 말할 것이다. 

인간의 욕구에는 맞는 자물쇠가 없기 때문이다. 지식, 아니 ‘정보’의 바벨탑을 하나님께서 어디까지 두고보실지 두려운 마음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