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철에 교회 여전도회가 주관하는 성경통독 행사가 있다. 7월에는 4일간에 걸쳐 구약성경을 통독하고 8월에는 일정을 하루 줄여 3일간 신약을 읽는다. 지난 7월 둘째주일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구약통독에 참가하는 동안 서울의 기온은 매일 섭씨 40도에 육박해, 집회장소인 선교관 예배실의 냉방 온도는 28도에 머물지만 기상관측사상 최고의 폭염으로부터 피서를 하는 은혜를 입었다. 물론 세월이 가며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나의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성경과의 『소통』을 일거에 ‘업데이트’시키는 목적과 소득을 먼저 고백하고 자랑해야 되겠지만.
4일 동안에 구약 39권을 다 뗀다는 것은 어떤 기발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무리하고 불가능한 일이기에 건너뛰는 부분이 많게 마련이다. 그래서 매년 바뀌는 담당 교역자의 창의적인 진행방식이 새로울 수밖에 없고 해마다 참가하는 교인들은 때마다 참신한 해설 말씀을 재미있게 기억하게 된다. 2025 통독 목사님은 이스라엘에서 대학원과정을 수학한 ‘구약전공’ 답게 이삭의 신부감 리브가와 아브라함의 종이 하란의 우물가에서 대면하는 장면에서 사람과 낙타 10마리 먹일 물을 순식간에 길어오는 이 처녀의 놀라운 체력에 주목하며 후에 쌍둥이 아들을 낳고 그들 사이에서 야곱을 편애하는 무서운 엄마의 캐릭터를 이해시킨다.
성경을 펴 드는 빈도는 날로 줄어드는데 주일 예배 때마저 강단의 스크린에 뜨는 말씀을 따라 읽으면 되고 품속의 스마트폰에는 성경과 찬송이 다 들어 있으니 아무 불편이 없다. 오늘의 세상은 또 어떠한가? 작년 말 비상계엄 소동에 이어 대통령이 탄핵, 파면되고 두 달 만에 선거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이 나라 정치 경제가 숨가쁘게 뒤바뀌며 돌아가는데 수천 년 전 유대민족의 율법을 상고하고 그들의 복잡한 제사법을 기억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회의론을 누군가 제기할지 모른다.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선지자의 탄식과 경고는 전쟁이 계속되는 오늘의 중동 땅에 무슨 소리로 울려올까?
하지만 구약통독 첫날 모세 5경을 1.5배 속도로 낭독하는 것을 귀로 듣고 눈으로는 화면의 글씨를 따라가면서 우리는 일찍이 우리가 택한 믿음의 세계, 영원한 진리의 세계로 순간이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선교관 2층 예배실에 앉아 나는 모세를 다시 만나고 그를 도구로 삼아 출애굽의 역사를 이루고 인류구원 사역의 출발점을 찍으시는 창조주 앞에 엎드린다. 그래서 성경통독이라는 연례행사가 고마운 것이다.
아브라함과 요셉과 다윗, 그 앞의 기드온과 삼손 그리고 하나님이 뽑으신 수천의 배역 가운데는 악한 아히멜렉의 머리에 망루 위로부터 맷돌을 던져 꺼꾸러뜨린 이름 없는 용감한 여인도 있다. 이들은 수시로 성경에서 나와 우리의 인생에 동행하면서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돌아보게 하고 갈 길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들에 비하면 지금 이 땅에서 거들먹거리며 여야간에 밤낮없이 권력을 다투는 많은 인간들은 한낱 바람에 날리는 낙엽만도 못한 흔적을 역사에 남기고 있을 뿐이다.
압도적으로 많은 여성교인들에 둘러싸인 6X4=24시간 연속 성경읽기/강해로 사람이 대체 얼마나 더 거룩해 졌을까 우스개로도 할말이 아니다. 다만 어떤 천사가 출석부에 동그라미를 치고 있을 것으로 믿고 2025년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의 하나로 치부한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