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광복 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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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945년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지 꼭 80년이 되는 해이다. 80년은 한 사람의 일생에 해당하는 긴 세월이기도 하지만, 또한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기도 하다. 이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는 5천 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격랑의 소용돌이를 겪어왔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룩한 성취는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경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빈국에서 첨단 기술을 갖춘 경제 강국으로, 독재와 정치적 혼란이 일상이던 나라에서 자유롭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의 성취가 놀랍기만 하다.

필자가 경제학도로서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단지 번영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함께 잘 사는 평등한 사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지니계수를 비롯한 모든 경제지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중간 정도로 평등한 나라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북유럽국가들보다는 불평등하지만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더 평등하다. 

그런데 소득의 평등도 중요하지만 모두에게 열린 다양한 사회기반시설도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기요금은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철도와 지하철과 같은 교통시설도 쾌적하고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저렴하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이 교통시설의 편의성이다. 공공도서관과 체육시설 또한 최근에 가장 크게 늘어난 공공 서비스이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공원을 정비하고 도서관을 짓는 것이 요즘 유행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우리나라는 번영과 복지, 성장과 평등 사이에 나름의 고유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높은 세율에 높은 수준의 복지를 성취했지만, 성장이 멈춰서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반면에 미국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풍부한 일자리를 자랑하지만, 극심한 불평등으로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초기부터 고도성장을 추진하면서도 물가안정과 낮은 공공요금 등 다양한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함께 잘 사는 사회는 복지시설과 정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가, 기업인, 근로자 모두의 마음 속에 서로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 이것은 K-경제모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독특한 복지국가 모델이다. 

지난 80년은 또한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격렬하게 투쟁하고 대립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성취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가 균형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고집이 없었다면, 박정희의 끈질긴 수출주도 경제개발 정책이 없었다면, 정주영과 같은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이 없었다면, 또한 김대중과 학생들의 반독재투쟁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취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보수와 진보, 어느 한 편만이 공로를 주장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들으면서 공감과 함께 아쉬움도 가득하다. 부강하고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포용과 통합과 연대로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려면 북한과 일본에 화해의 손을 내밀기 전에 먼저, 보수를 사익만을 추구하는 내란 세력으로 적대시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진보와 보수가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화해하는 것이 상생으로 나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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